[경제시평―최공필] 現 글로벌 위기의 진정한 시사점

입력 2010-05-11 18:00


최근 유럽의 국가채무관련 불안은 재삼 미국재무증권과 금, 달러와 같은 안전자산으로의 도피를 부추겼다. 시장불안을 나타내는 VIX지수도 2007년 2월 이래 가장 높은 40 수준까지 높아졌고, 금리스와프 스프레드도 크게 확대되었다. 국채유동성마저 말라붙으면서 패닉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더욱이 이번에는 국채시장의 상당한 균열이 관찰되고 있다. 과거 은행위기가 국가채무위기로 이어진 패턴을 따라 이번에도 위기에 대한 대응이 재정위기로 현실화되었다. 거듭된 금융불안은 자본흐름을 단기적이고 투기적으로 변화시켜 지속성장에 필요한 투자를 방해하고 있다. 최근에는 단기 자본유출입이나 은행에 대한 과세논의가 심각해질 정도로 상황논리가 우세하다. 과연 현재의 금융불안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신뢰의 축이 불안의 축으로

첫째, 글로벌 차원의 금융시스템 정비가 논의수준에 머문 상태에서 동원되었던 재정적자 확대의 부작용이다. 그동안 정부의 신뢰를 토대로 글로벌 위기 차단에 성공하였으나 그 버팀목 역할을 해왔던 국채기반의 와해로 또 다른 불안요인을 키운 셈이다. 금융신뢰의 축이 불안의 축으로 둔갑한 것이다. 여진(aftershock)의 충격으로 향후 주변국채시장도 불안하다. 금융불안이 재발될 경우 대응여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으며 내부적 해결이 아닌 외부로의 부담전가를 통해 출구를 모색할 가능성이 커짐을 뜻한다.

둘째, 안전자산으로의 쏠림현상 심화는 위험에 따른 차별화가 아니라 생존이 우선시되는 절박한 시장여건을 반영한다. 세계는 복잡한 네트워크의 특징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모두가 생존을 도모하지만 이로 인한 쏠림현상은 시스템 전체의 위험을 높이고 있다. 안전자산도 위험자산으로 전환되고 있다. 향후 시스템 리스크의 발전은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 즉, 꼬리위험을 높이게 되며 정책선택의 폭은 극히 제한된다.

셋째, 세계적으로 금융네트워크의 위험을 관리하기 위한 지배구조는 실종상태다. 정치적 제약과 국경을 넘어 회복시나리오를 제시할 만한 지도력을 찾기 어렵다. 유로의 난항은 정치통합 없는 경제통합의 한계, 즉 개별국가 안정과 지역주의 공존이 어려운 현실을 증명하고 있다. 구제안에도 불구하고 재정건전성 회복이 비현실적으로 판단될 경우 유로의 버팀목 역할은 기대하기 어렵다. 당장 자기생존에 급급해야 할 국면에 세계적인 조정부담을 나서서 떠 맡을 주체의 등장은 기대난망이다.

亞, 선제적 공동노력 필수

지금은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여력도, 정책의 유효성도, 해결주체도 파악되고 조율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세계경제를 버티고 있는 기둥 3개 중 2개가 이미 흔들리고 있다. 이제 중국으로의 환율조정 압력이 본격화되면 해외유동성에 의존한 역내 금융시스템의 작동에 과부하가 걸릴 가능성이 높다. 안정과 성장의 상충관계는 더욱 첨예해질 것이고 출구전략은 현실적으로 더욱 구사하기 어려워진다. 특히 자금중개 위주의 역내 금융시스템이 충격에 노출되었을 때 근린궁핍정책과 같은 소모적인 정책대응의 위험이 높아지게 된다. 따라서 유로와 같은 공통의 틀이 갖추어지지 않은 아시아로서는 환율조정부담과 금융체제의 취약성을 완화할 수 있는 선제적 차원의 공동노력이 필수적이다.

향후 글로벌 차원의 협력은 특정지역이 과도한 조정부담을 짊어지지 않는다는 합의하에 가능하다. 통합된 네트워크의 안정성 제고에 기여할 수 있는 세계적인 금융안전망(GFSN) 구축의 일환으로서 다양한 스와프라인 등의 강화가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향후 조정의 핵심으로 떠오르는 아시아지역의 금융시스템이 환율조정이나 버블관리의 과도한 부담으로 마비되지 않도록 세계적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그래야 세계경제는 지속 회복에 필요한 최소한의 성장동력을 지켜나갈 수 있을 것이다.

최공필 한국금융연구원(상임자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