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도중 중단한 황당한 KBS… ‘장화홍련’은 어디로?

입력 2010-05-11 18:54


KBS 2TV, 드라마 재방송 예고 없이 중단해 항의 빗발쳐

KBS 2TV 드라마 ‘장화홍련’이 갑자기 사라졌다. 총 150부작인 드라마가 80회까지 방송된 후 중단된 것이다. 지난 4개월 동안 ‘장화홍련’을 보아온 시청자들은 뜬금없는 종영에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KBS 2TV는 지난해 4월 20일부터 10월 10일까지 방영된 아침드라마 ‘장화홍련’을 지난 1월 8일부터 매주 금요일 오전 11시20분에 편성해 2시간 20분 동안 재방송을 내보냈다.



하지만 81회가 방영 예정이었던 지난 4월 30일에 ‘앙코르 다큐멘터리 차마고도 5,6부’가 대체 편성되었고, 지난 7일에는 ‘환경스페셜-한반도 외래종의 침입’이 전파를 탔다. 게다가 10일부터는 재방송 시간을 축소한 봄 개편이 단행돼 ‘장화홍련’은 더 이상 볼 수 없게 됐다.

봄 개편안에 따르면 드라마가 재방송돼 온 매일 오전 11시20분에서 오후 1시40분까지 시간대는 월·수·목요일은 그대로 유지되지만 화요일은 ‘인간극장’ 재방송, 금요일에는 교양·예능 프로그램 편성으로 변경된다.

결국 4개월 넘게 방영돼온 드라마가 최종회까지 반이나 남겨두고 종영된 셈이다. 그동안 방송사는 스토리의 연관성이 필수적인 드라마의 경우 재방송이더라도 최종회까지 방영하는 게 관행이었다. KBS 2TV 편성팀 관계자는 “드라마는 웬만하면 최종회까지 틀어준다. ‘못된 사랑’도 천안함 특별 방송 때문에 한 주 쉬었는데 다음 주에 내보내 내용을 빠뜨리지 않았다. 그런데 ‘장화홍련’은 편성 등의 이유로 갑자기 중단하게 됐다”고 말했다.

시청자들은 방송사의 자의적인 편성에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KBS 상담실에는 ‘장화홍련’ 결방에 따른 항의 전화가 200통 이상이 접수됐다. 시청자 윤경분씨는 “아무리 재방송이지만 마지막 회까지 방송이 안 된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편성을 변경한 것은 잘못된 것이다. 방송을 보기 위해 그 시간만 기다리던 사람들은 다른 프로그램이 방송되어 무척이나 당황스럽고 불쾌하다”라고 의견을 남겼다.

박미희씨도 “드라마 시청을 위해 일주일 내내 기다렸는데 특별한 이유도 없이 편성에서 제외되어 불만스럽다. 특히 편성 변경의 충분한 이유도 공지되지 않아 납득하기 어렵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홍혜경 KBS 2TV 편성팀 팀장은 “지난 주 해당 시간에는 봄 개편에 따라 더 이상 방송이 되지 않는다는 고지를 했다”면서 “재방송 시간대가 많이 줄어들어 ‘장화홍련’을 계속 방송할 경우 낮 시간대에 편성적 어려움이 있다”라고 해명했다.

전문가들은 재방송 편성을 주먹구구로 해온 방송사가 편성에 일관성을 지켜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참으로 황당한 일이다. 연속성을 갖고 진행되는 드라마를 중간에 끊어버린 것은 시청자를 무시한 행위다. 재미있게 보고 있는데 도중에 하차시키는 게 말이 되느냐”라면서 “아무리 재방송 시간대라고 하지만 공공재인 지상파로 송출되는 만큼 시청자의 편의를 고려해서 일관된 편성을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선희 기자 su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