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능통장’ 재테크 수단에도 만능 될까
입력 2010-05-11 21:43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금리가 연 3%대로 주저앉으면서 주택청약종합저축이 재테크 수단으로 인기몰이 중이다. 소득공제혜택과 함께 연 최고 4.5%의 고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정기적금에 가입하듯 재테크에 나서는 사람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청약저축은 환금성이 떨어지고 조기 해지 시 중도상환 수수료를 물론 세제혜택도 받을 수 없어 목돈을 마련하는 용도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가입 후 2년이 경과한 뒤에 적용되는 최고금리 역시 이 기간동안 시중금리가 회복되면 금리 역전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청약저축 재테크 수단으로 인기 급상승=10일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지난해 5월 첫 출시된 주택청약종합저축의 가입자 수는 지난달말 현재 943만8297명으로 가입금액은 5조6718억원으로 불어났다.
올해 들어서만 59만명 가까이 신규 가입했다. 가입금액도 1조7000억원 넘게 증가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권에서 2년 이상 연 4.5% 조건의 예금상품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주택청약을 위한 가입보다 순수 재테크 목적으로 가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면서 “최고 불입한도인 1500만원의 뭉칫돈을 넣어두는 자산가도 꽤 있다”고 말했다.
주택청약종합저축은 통장 하나로 공공주택과 민영주택 모두 청약할 수 있고 소득공제 혜택과 함께 고금리로 설계돼 만능통장으로 불린다. 올들어 시중 금리가 빠르게 하락하면서 재테크 수단으로 활용되는 경우도 늘고 있다. 2년 이상 불입하면 연 4.5% 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월 10만원, 연간 120만원 범위 내에서 납입금액의 40%(48만원 한도)에 대해 연말정산 시 소득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금리역전 가능성 등 재테크 수단으로 부적절=청약저축이 재테크 측면에서도 과연 만능인지 하나하나 따져보자. 은행들은 2년 이상 중장기로 묻어둘 자금이라면 충분히 재테크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며 가입을 권유하고 있다. 2∼3년 내에 청약을 신청할 실수요자라면 어지간한 정기적금에 가입하는 것보다 더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
그러나 미성년 자녀 명의로 통장을 가입했다거나 최소 5년 후를 내다보고 가입한 경우라면 재테크 용으로 적절하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청약저축에는 재테크의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환금성이 결여돼 있기 때문이다. 원하는 시기에 필요한 만큼 자금을 자유롭게 인출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청약저축을 중도 해지하면 청약 자격이 후순위로 밀리기 때문에 한번 불입한 금액은 청약을 포기하기 전까지는 찾아쓰기 어렵다.
연 최고 4.5%라는 금리 역시 중장기적으로 볼 때 결코 만족스러운 금리가 아니다. 최근 그리스 등 남유럽발 재정위기로 기준금리 인상 논의가 뒷걸음질 치고 있는 분위기이지만 올해 하반기 이후 금리가 오를 것이라는 것은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기준금리가 현재보다 1%포인트만 높아지면 청약저축과 시중금리는 또다시 역전 현상이 발생한다.
연말 소득공제 혜택도 제한적이다. 무주택 세대주인 근로자가 전용면적 85㎡이하의 주택을 청약할 경우에만 적용된다. 자영업자나 국민주택 규모를 초과한 주택을 장만하려는 사람에게는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다. 소득공제 혜택을 받으려면 매달 10만원 이상을 꼬박꼬박 불입해야 과표금액의 최대 48만원을 소득공제 받을 수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근로자의 연봉수준에 따라 연말정산 시 소득공제 금액이 다르지만 평균 7만원 안팎의 세금을 돌려받게 된다”고 말했다.
조기 해지 시 그동안 받은 세제해택은 물론 금리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가입 후 1개월 미만에 해지할 경우 이자를 받을 수 없으며 1년 미만은 연 2.5%, 1년 이상 2년 미만에 해지할 경우 연 3.5%의 금리가 적용된다.
황일송 기자 il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