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인 바이블] 법을 보는 성경적 시각

입력 2010-05-11 18:10


최근 전교조 소속교사 명단공개, 행정수도 이전과 관련된 법률 개정 등 다양한 법적 이슈들이 발생하고 있고, 이를 둘러싸고 서로 다른 견해가 대립되고 있다. 이러한 다양한 법적 이슈들을 그리스도인은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필자는 창조-타락-구속이라는 기독교 세계관의 틀을 갖고 이 문제들에 접근해볼 것을 제안하고자 한다.

성경은 만물이 하나님의 피조물이며 근본적으로는 선한 존재임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동시에 만물은 죄로 인해 타락했으며 하나님의 구속이 필요한 존재임을 밝히고 있다. 이러한 창조-타락-구속의 틀을 법 문제에 적용해보면 다음과 같은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우선 세속법도 하나님의 피조물이며 그 가치를 기본적으로는 긍정할 수 있다는 점이다. 종교개혁가인 루터는 법의 세 가지 용도(시민적 용도, 신학적 용도, 교육적 용도)를 이야기하면서 세속법의 가치를 긍정한 바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세속법 체계의 일부를 이루고 있는 법률이나 판결을 존중하는 것은 그리스도인에게도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세속법은 인간의 타락의 영향을 받으며 그 결과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법률이나 판결도 결코 우상시되어서는 안 되며 타락의 영향을 받았다고 볼 수 있는 지점이 발견되면 당연히 이에 대한 비판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처럼 법률 또는 판결에 대한 기본적인 존중감과 이에 대한 비판의식 간의 균형을 이루는 것이 성경적인 관점에서 요청된다. 여기서 다음과 같은 의문이 제기된다. 좋은 법률 또는 좋은 판결인지 여부를 결정하는 기준을 어디서 발견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성경에서 발견할 수 있다고 답변을 쉽게 할지 모르지만 성경에는 서로 대립되는 관점이 모두 녹아 있고 어느 한 가지 입장만 성경적이라고 단정하기는 쉽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러한 기준을 발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실제적인 기준을 제시해보고자 한다. 첫째, 어느 가치도 절대시(우상시)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대립되는 가치 중에서 실제적으로는 어느 하나를 우선시할 수밖에 없는 경우라면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지음 받은 인간의 존엄성이 최대한 존중되는 결론을 내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전교조 소속교사 명단공개 문제를 보더라도 학부모의 알 권리와 전교조 교사들의 단결권, 프라이버시권 보호가 서로 충돌되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어느 쪽이 인간 존엄성의 측면에서 보다 본질적인 권리인지를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명단공개가 가져올 마녀사냥과 같은 영향력을 고려하면 필자는 전교조 교사들의 단결권과 프라이버시권 보호가 보다 존중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둘째, 전부 또는 전무(all or nothing)의 문제로 모든 법 문제를 풀려고 하지 말고 정도(degree)의 문제로 풀어나가는 것이 필요할 수 있다. 행정수도 이전과 관련한 논쟁을 보면 ‘통합된 행정수도를 통한 행정의 효율성 확보’와 ‘국토의 균형발전’이라는 가치가 서로 대립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필자는 이 두 가지는 결코 조화 불가능한 가치가 아니며 이전하는 행정기관의 범위를 적절하게 조절하는 것을 통해 얼마든지 조화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이상의 두 가지 결론에서 나타나지만 법적 이슈에 대한 결론을 내림에 있어서 특정 정당의 입장만 반영하는 것이 성경적이라고 할 수는 없다. 어느 세속 정당도 항상 성경적인 결론만을 내릴 수는 없기 때문이다. 법적 이슈별로 구체적으로 무엇이 보다 성경적인지를 고민하고 신중하게 결정해나가는 것이 그리스도인에게 요청된다.

김대인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