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의 자유는 작가의 불가침 권리”… 작가회의 ‘국가와 예술’ 심포지엄
입력 2010-05-11 17:42
“현대 사회에서는 표현의 자유를 직접적으로 침해하는 검열 자체보다, ‘검열의 내면화’가 훨씬 문제다.”(문학평론가 오창은)
“작가의 왼손은 자신의 오른손에게조차 저항한다.”(이영진 시인)
한국작가회의(이사장 구중서) 저항의글쓰기실천위원회가 11일 오후 서울 대학로 책읽는사회문화재단 강의실에서 ‘국가와 예술-예술 표현의 정치와 문학예술’이란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었다.
‘국가권력과 작가의 존재방식’이란 대주제로 올해 4차례 열기로 한 심포지엄의 첫 회다. 도종환 시인의 사회로 진행된 심포지엄은 지난 2월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보조금 지급을 전제 조건으로 시위 불참 확인서 제출을 요구한 것과 관련, 표현의 자유 문제를 공론화하기 위한 시도이다.
오창은 작가회의 정책위원장(문학평론가)은 ‘국가와 예술가, 그리고 예술표현의 자유’란 제목의 발제에서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척도”라며 검열의 내면화를 부추기는 정부의 문화예술정책을 비판했다. 오씨는 “작가·예술가 스스로 내적 검열을 행함으로써, 이미 발표 이전의 단계에서 자발적 검열이 이뤄지고 있다”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그는 “국가기구는 검열 이전 단계에 자발적인 내적 검열이 이뤄지도록 시스템을 다듬고 때로는 창작자에게 위협을 가한다”면서 “그 경계를 국가기구가 설정하고, 국익을 내세워 사회시스템에서 배제하는 것도 ‘표현의 자유’에 대한 심각한 침해”라고 주장했다. 이어 “작가·예술가는 보편적 가치를 옹호하면서도 창조적 행위를 통해 끊임없이 보편성을 시험하는 존재여야 한다”면서 “작가·예술가는 권력을 향해 ‘표현의 자유’ ‘자유롭게 창작할 권리’를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영진 시인은 이어진 주제 발표에서 “작가는 저항이 숙명인 존재”라고 주장했다. 그는 “작가의 선험적 행위는 근원적으로 자신의 존재를 포함한 세계 그 자체를 향한 동참과 저항의 형식을 지닌다”면서 “쓰기를 업으로 하는 작가에게 이는 침해받을 수 없는 권리이자 자유의지”라고 강조했다.
이어 문학평론가 고봉준, 소설가 김재영, 박정훈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위원, 이선이 시인, 최문순 의원(민주당) 등이 종합토론을 벌였다. 위원회는 ‘역대 정치권력의 문화예술 정책과 공공성’, ‘문화예술정책과 작가의 정체성’, ‘시장권력과 한국문학’ 등을 주제로 연내 3차례 더 심포지엄을 열 계획이다.
김남일 한국작가회의 사무총장은 “문화예술위원회가 확인서 제출 요구를 철회했지만 집회에 참가한 단체에게는 예산을 지원하지 않는다는 정책은 유지하고 있다”면서 “작가들의 입장을 수렴해 정부에 정책의 변화를 촉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라동철 기자 rdch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