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지식인 214명 “한일병합 원천무효”
입력 2010-05-10 22:07
한국과 일본 지식인 214명이 1910년 체결된 한일병합 조약은 원천무효라는 내용의 성명을 동시에 발표했다.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고은 시인 등 한국 대표 지식인 109명은 10일 오전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의) 한국 병합은 대한제국 황제부터 민중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람의 격렬한 항의를 군대의 힘으로 짓누르고 실현한 제국주의 행위”라며 “불의부정(不義不正)하다”고 선언했다. 일본 지식인 105명도 같은 시각 같은 내용을 도쿄 일본교육회관에서 발표했다.
이번 성명에는 김영호 유한대 총장, 이태진 서울대 명예교수, 김진현 세계평화포럼 이사장, 김지하 시인, 박원순 변호사, 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 오에 겐자부로 노벨 문학상 수상자 등 한·일 양국의 학계와 문화계 인사가 두루 참여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한일병합 조약의 전문과 본문은 모두 거짓이며 조약 체결 절차와 형식에도 중대한 결함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일병합에 이른 과정이 부당한 만큼 한일병합 조약 자체도 부당하다는 것이다.
지식인들은 한일병합 조약을 애초부터 불법이자 무효로 해석해야 하고, 한국의 독립운동은 불법운동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한일병합 조약은 대등한 입장에서 자유 의지로 맺어졌던 것’이라는 일본 정부의 기존 입장에 일본 지식인들도 반기를 든 것이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는 “아직 해결됐다고 말할 수 없는 상태”라며 “한국 정부가 조처를 취하기 시작한 강제동원 노동자 군인 군무원에 대한 위로와 의료 지원에 일본 정부와 기업, 국민이 적극적인 노력으로 대응하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또 올바른 역사 인식을 위해 일본 정부가 식민지 지배 시기 작성한 기록을 적극적으로 모아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식인들은 “이번 성명을 계기로 양국 정부의 공동성명, 일본 총리의 담화 발표가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양측은 지난해 12월부터 약 5개월간 토론과 논의를 거친 끝에 이날 성명을 발표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