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새 대법관에 케이건 차관… 인준땐 4번째 여성대법관
입력 2010-05-10 21:25
미 신임 연방대법관에 엘리나 케이건 법무부 송무담당 차관이 지명됐다고 NBC방송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케이건이 대법관에 지명돼 상원 인준을 받을 경우 여성으로는 네 번째 대법관에 임명되며, 현직 대법관 중에선 루스 베이더 긴스버그, 소니아 소토마요르에 이어 세 번째 여성이 된다.
뉴욕 맨해튼의 유대인 가정 출신인 케이건은 전형적인 아이비리그(동부 명문대학) 출신의 엘리트 법학자다. 2003년 하버드 로스쿨 사상 첫 여성 학장으로 임명돼 학생들에게 모닝커피를 무료로 제공하고 신입생 교육과정을 대대적으로 개편해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다. 그 자신이 진보 성향이면서도 통합적인 리더십으로 하버드 로스쿨의 오랜 이념 갈등을 봉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학장으로 있으면서 3억 달러를 목표로 한 모금 캠페인을 전개, 6년간 목표를 넘어선 4억7600만 달러를 모아 경영능력도 인정받았다.
하지만 학장 시절 미군의 동성애자 차별에 항의해 대학 내 모병을 금지한 경력은 보수파의 공격을 받을 수 있다. 대통령의 권한 확대를 주장해온 점은 진보파의 지지를 받기 어려운 대목으로 꼽힌다. 법관 경력이 없다는 점도 약점이다. 1999년 빌 클린턴 대통령이 그를 워싱턴DC 항소법원 판사에 지명했지만 공화당이 청문회를 미루면서 반발해 임명되지 못한 전력이 있다. 워싱턴DC 항소법원은 제2의 대법관으로 불릴 정도로 중요한 곳이다. 지난해 3월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케이건을 첫 여성 송무담당 차관으로 발탁했을 땐 상원에서 찬성 61, 반대 31표를 얻었다. 송무담당 차관(solicitor general)은 연방 정부를 대신해 대법원 소송을 진행하는 중요한 직책으로 ‘10번째 대법관’으로 불린다.
케이건이 대법관이 될 경우 미 대법원은 사상 처음으로 개신교인 대법관이 없는 상태가 된다. 6명이 가톨릭 신도이고, 케이건을 포함한 3명은 유대교도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