比 사상 첫 母子대통령 탄생 눈앞에

입력 2010-05-11 00:22

어머니의 뒤를 이어 아들도 대통령이 되는 세계 정치사상 새로운 기록이 탄생할 가능성이 커졌다.

정·부통령과 상·하원 의원, 지방자치단체장 등을 뽑는 3대 선거가 실시된 10일 필리핀 유권자 5080만여명은 지역별로 마련된 투표소에서 각자 투표권을 행사했다고 AFP통신 등 외신들이 전했다. 이번 선거를 통해 대통령과 부통령을 비롯해 상원의원 12명, 하원의원 222명, 주지사 및 부지사 각 80명 등 모두 1만7888명의 공직자가 선출된다.

릐대통령 유력 후보 노이노이 아키노=AP통신은 초반 개표에서 코라손 아키노 전 대통령의 아들 베니그노 노이노이 아키노(50·자유당) 상원의원이 독주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아키노 상원의원이 오후 10시 현재 40.44%에 달하는 득표율을 기록, 경쟁자들을 멀찌감치 따돌린 상태이며 이변이 없는 한 당선이 확정적이라고 전했다. 유일한 경쟁자로 꼽혔던 조지프 에스트라다(73·국민의힘) 전 대통령은 25.76% 수준에 머물고 있어 열세를 극복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유권자들은 이번에 처음 도입된 자동투표 시스템(AVS)에 적응하지 못해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특히 거의 1m 길이에 달하는 AVS 투표용지에 기표하면서 시간이 많이 걸리는 바람에 투표 종료시간이 1시간 이상 늦춰졌다. 필리핀 선거관리위원회(Comelec)는 72시간 내에 개표를 완료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도 역대 선거 때마다 문제점으로 꼽혔던 폭력사태가 발생, 10명이 숨지는 등 혼란이 빚어졌다. 이 때문에 투·개표 과정에서 부정이 자행되는 등의 사태가 발발할 경우 상당기간 대선 당선자를 결정하지 못하거나 대선 후보들이 결과에 승복하지 않는 등 심각한 선거 후유증이 뒤따를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릐선거, 유력 정치가문의 행사로 전락=이번 선거에서도 또다시 필리핀 정치가 유력 정치가문에 의해 좌우되고 있다는 비난이 거세게 일었다. 아키노 의원은 아버지 고 베니그노 니노이 아키노 상원의원과 어머니 고 코라손 아키노 전 대통령의 아들이다. 하원의원 선거에 출마한 글로리아 아로요 현 대통령의 부친 고 디오스다도 마카파갈은 제9대 대통령을 지냈다. 아로요 대통령의 남편과 장남, 형제자매 등 4명도 하원의원에 출사표를 던졌다.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부인으로 ‘3000켤레의 구두’를 소장한 것으로 드러나 불명예스런 이름을 떨쳤던 이멜다 마르코스는 80세 고령에도 하원의원에 출마했다. 그녀의 아들과 장녀도 각각 상원의원과 주지사 후보로 나섰다. 엄청난 토지와 기업을 소유한 200여개의 유력 가문들은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각 부문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정치전문가들은 가문 정치는 치유 불가능에 가까운 고질병이며 부패정치 양산의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이동재 선임기자 dj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