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돕다가… 메르켈 궁지에
입력 2010-05-10 18:54
그리스에 대한 대규모 지원 결정이 정치적으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발목을 잡았다.
슈피겔 등 독일 현지 언론은 9일(현지시간) 독일 최대 인구를 지닌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의회 선거에서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중도우파 연정이 과반의석 확보에 실패했다고 보도했다.
AP통신에 따르면 기독교민주당(CDU)과 자유민주당(FDP) 집권 연정이 각각 34.6%, 6.7%를 득표했고 야권인 사회민주당(SPD)과 녹색당이 각각 34.5%, 12.1%를 얻었다. 좌파당은 5.6%를 기록했다. 하지만 확실한 승리를 거둔 정당이 없어 각 정당 간 연정을 추진해야 하는 상황이다. 연정 협상을 주도할 사민당은 녹색당을 선호하고 있지만 좌우 진영에서 모두 과반의석을 확보하지 못하면 대연정에 들어갈 수도 있다.
독일 연방상원은 16개 주별 인구에 따라 상원에서 3∼6석을 배정받는다. 집권당 또는 연정 참여 정당이 해당 의석 전체를 갖는다. 집권 연정은 상원 69석 중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지역의 6석을 포함해 과반인 37석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 선거로 사민당이 이끄는 중도좌파 연정이 구성될 경우 3∼4석이 줄어든다.
우파 연정이 붕괴되면 메르켈 총리는 정치적으로 심각한 타격을 입는다.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는 독일 산업의 중심으로 16개주 중 가장 많은 유권자(약 1350만명)가 등록돼 독일 지방선거의 첫 번째 테스트로 여겨졌다. 지난해 9월 총선 후 첫 주의회 선거란 점에서 메르켈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이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각주 대표들로 구성되는 상원에서 집권 연정이 과반 의석을 유지할 수 없게 돼 감세, 의료보험 개혁 등 각종 정책을 추진하는 데 큰 차질을 빚을 것으로 전망했다. AFP통신은 “독일 국민 대부분이 반대하는 그리스 구제금융을 승인한 메르켈 정부에 대한 반감이 작용했다”며 “파장이 오래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