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 60분-사교육에 병든 아이들’… 사교육 시간 길수록 우울증·공격성 높아진다

입력 2010-05-10 18:36


TV, 책, 신문을 통해서 숱하게 들어온 사교육의 폐해. 하지만 학부모들은 아이를 학원으로부터 쉽사리 떼어놓지 못한다. KBS ‘추적 60분-사교육에 병든 아이들’은 구체적인 실험을 통해 사교육의 폐해를 증명하고 나섰다.

“거기(영어 학원) 순 엉터리예요. 거지들이 다니는 학원 같아요. 개 훈련시키는 거 같아요.” 방과 후 다니는 학원만 다섯 개나 되는 초등학교 2학년생 민호(가명·9)는 볼멘소리로 말한다. 밤까지 학원을 순례하는 일상이 계속될수록 민호의 공격적 성향은 두드러졌다. 민호는 자주 의자를 넘어뜨리거나 책상에 올라앉고, 갑자기 문제집을 던지고 손으로 책상을 내리치는 불안 증세를 보였다.

우리 주위에는 민호와 같은 아이들이 많다. 프로그램을 연출한 강지원 PD는 “주변을 보니 사교육을 많이 받는 아이들은 유독 우울하고 표정이 어두웠다. 여러 학자들이 논문을 통해서 사교육의 폐해를 주장했지만 아직까지 우리가 체감은 못하는 것 같다. 그래서 구체적인 실험을 통해 사교육의 부정적인 영향을 알아봤다”라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제작진은 선행학습 위주의 사교육을 받은 집단과 사교육에 노출되지 않은 집단을 모집해 실험을 벌였다. 먼저 주어진 도형을 바탕으로 상상력을 발휘해보는 창의력 검사에서는 사교육을 받은 아이들이 그림을 미처 채우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영어 사교육을 받을수록 창의력이 떨어지기는 마찬가지였다. 제작진은 창의력이 형성되는 영·유아기에 주입식으로 배우는 영어는 오히려 사고를 경직시키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국·영·수 사교육 시간이 길면 길수록 우울증과 공격성이 높아진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제작진은 구체적인 사교육의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학원비로 월평균 150만원 이상을 쓰는 5명의 아이들을 선정해 임상심리검사를 진행해봤다. 그 결과 아이들은 과잉학습으로 인한 정서상의 문제를 갖고 있고, 그 중 2명은 적극적인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하는 상태였다.

해답은 무엇일까. 방송은 충남 아산시 거산초등학교에서 실마리를 찾는다. 거산초교에서 아이들은 냉이 캐기, 나무 심기 등 체험학습을 통해 공부의 즐거움을 알아간다. 이 학교 출신 배양진(19·충남외고3)군은 창의력 학습의 성공적인 사례다. 배군은 지난해 한 국제영어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으로 입상했으며 학급에서는 1등을 도맡고 있다. 제작진은 ‘사교육 청정지역’에서 자란 배군이 주입식 교육보다 자기주도형 학습을 몸에 익힌 결과라고 분석한다.

강 PD는 “3달간의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학부모들은 실험 결과 자녀의 마음이 건강하지 못하다는 사실에 놀라며 자신들의 교육방식을 후회했다. 주입식 교육이 아니라 아이들의 역량을 자율적으로 기르는 교육 현장을 보며 참교육의 의미를 찾아보고 싶다”고 밝혔다. 12일 오후 11시15분 방송.

이선희 기자 su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