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도짓 하고 버젓이 수업… 돈에 눈먼 체육교사

입력 2010-05-10 18:26

현직 교사가 돈에 눈이 멀어 강도 사건에 적극 가담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이 교사는 범행 당일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해 학교에 출근했다가 강도짓을 한 뒤 학교로 돌아왔으며 다음날 태연히 수업하는 대담함을 보였다.

경기도 고양경찰서는 10일 고가의 부동산 구입 자금을 마련할 수 없게 되자 매도인을 위협해 계약금으로 지불한 30억원을 빼앗으려 한 혐의(강도상해 등)로 건설사 대표 배모(31)씨와 현직 교사 이모(32)씨 등 3명을 구속하고 송모(31)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배씨 등 4명은 지난달 2일 오전 10시20분쯤 고양시 화정동 김모(71·여)씨 오피스텔에 복면을 하고 들어가 김씨 부부를 13시간 동안 감금·폭행한 뒤 현금 1600여만원을 빼앗고 2억원을 대포통장으로 송금받기로 하고 풀어줬다. 이들은 또 김씨 부부의 자녀와 손자의 사진, 연락처가 적힌 수첩 등을 빼앗아 경찰에 신고하지 못하게 위협했다.

이들 가운데 서울 강서 지역 고교 체육교사인 이씨는 고교 시절 함께 선수생활을 했던 후배 송씨의 “돈을 나눠 갖자”는 제의에 솔깃해 지난 2월 말쯤 범행에 적극 가담했다. 이씨는 수업이 없는 시간이나 퇴근 후 범행 방법을 모의하고 김 할머니를 미행했다. 또 수업이 없는 날을 범행일로 택했으며 알리바이를 위해 당일 학교에 출근했다가 범행에 가담한 뒤 학교로 돌아오는 등 완전범죄를 꿈꿨다. 그러나 공범들이 빼앗은 돈을 마카오에서 도박으로 탕진하는 바람에 한푼도 만져보지 못했다.

경찰 조사 결과 배씨는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소재 부지 841㎡를 70억원에 매입키로 하고 지난 1월 27일 사채 30억원을 빌려 계약금으로 지불했으나 잔금을 마련할 길이 없게 되자 계약금으로 지불한 30억원을 빼앗아 나눠 갖기로 하고 범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는 경찰 조사에서 “그저 용돈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고양=김칠호 기자 seven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