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발 금융 충격] 천문학적 액수로 신속 대응 체제 갖춰… EU ‘7500억 유로 규모 안정기금’ 조성

입력 2010-05-10 21:38


유럽연합(EU)이 최대 7500억 유로라는 유례없는 거대 구제금융시스템을 도출했다. AFP통신은 10일 이를 “괴물처럼 엄청난 규모”라고 표현하면서 “유럽이 유로 방어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다했다”고 평가했다.

◇“글로벌 위기 번질라”…전 세계가 공조=지난주부터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언론은 재정위기가 은행위기로 번지는 유럽판 리먼 브러더스 발생 가능성을 경고했다. 유로 위기가 유럽지역을 넘어 아시아 미국 등 글로벌 시장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감이 팽배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9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과 연쇄 통화를 갖고 유럽 경제위기 대응책을 논의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번 합의는 유럽의 빚보증 책임을 떠안을 것을 우려한 영국의 반대가 걸림돌이었지만 주요 정상들의 ‘압박’이 영국의 마음을 돌리게 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영국 중앙은행(BoE), 스위스중앙은행(SNB), 캐나다 중앙은행과의 일시적인 통화스와프를 승인했다고 발표했다. IMF 이사회는 9일 그리스에 대한 300억 유로의 구제금융을 승인했다. 포르투갈과 스페인도 9일 재정 감축 노력을 발표해 위기 확산 차단에 공조했다.

◇메커니즘 어떻게 작용하나=그리스에 대한 구제금융방식을 벤치마킹했다. 재정위기의 회원국이 ‘SOS’를 호소하면 나머지 회원국들이 수혜국과 양자계약 방식으로 차관을 제공하게 된다. 차관에 대한 금리 결정 방식도 그리스에 적용했던 산식이 적용될 것이라고 EU 집행위원회는 밝혔다. 그리스와 다른 점은 차관 제공 외에 채무보증 방식이 병행된다는 것이다.

재정안정 지원기금은 EU의 예산을 가용자원으로 하기 때문에 자금 지원이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다. 여기에 유럽중앙은행(ECB)도 가세해 유로존 국채 매입에 나서겠다고 밝힘으로써 안정화 조치는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의 평가는 일단 긍정적=시장 투자자들을 진정시키는 1차적 목표는 성공했다. 아시아 유럽 주식시장도 이날 일제히 상승세로 화답했다. 나아가 재정 위기에 빠진 그리스, 포르투갈, 스페인에 보호막을 쳐줄 수 있는 유동성을 공급했다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9일 분석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유럽 재무장관들이 천문학적 액수의 방화벽을 쳤다고 평가했다.

런던 소재 유니크레딧의 애널리스트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규모는 실로 충격적이고 경이로울(shock and awe) 정도다. (그리스 위기의) 전염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충분하다는 것 이상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애널리스트는 ECB의 개입에 대해 “중앙은행 개입이란 선례를 남겼지만, 그리스 위기가 글로벌 경제를 위협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선 이것이야말로 지름길”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모건스탠리는 “각국이 국가부채 탕감 계획을 세우고 재정 여건을 개선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신중론을 폈다. 결국 유로화 안정의 성패는 투명한 의사결정과 신속한 집행에 달려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