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형사가 늙는다] 고령화되는 형사들 젊은 범죄자들은 날뛴다

입력 2010-05-10 22:11


서울의 한 경찰서 강력팀장인 A씨는 올해 53세다. A씨의 강력팀은 데스크반장이라 불리는 50세 고참 경사 1명, 45세 경사 2명과 막내인 32세 경장 등 5명으로 이뤄졌다. A팀장은 13년 전인 마흔 살에도 강력반에 있었다. 당시에는 강력반에서 반장(팀장) 다음으로 서열이 높았다. 50대 초반인 경위 팀장을 모시고, 20대 후반에서 30대 초·중반 형사들을 데리고 일했다. 당시 강력반과 비교하면 현재 팀원의 나이는 평균 열 살쯤 많아진 셈이다.

그는 “예전엔 강력팀 형사라고 하면 태권도 5단 정도는 먹고 들어갔다. 지금은 2단 정도 하는 느낌”이라며 “요새 젊은 친구들은 힘들고 자기 시간이 없는 강력반에 잘 남지 않는다”고 말했다.

형사가 늙고 있다. 범죄자의 연령층은 낮아지고 있지만 형사는 고령화되고 있다.

본보가 민주당 송영길 최고위원을 통해 10일 단독 입수한 경찰청의 외근 형사 현황에 따르면 2009년 상반기 기준으로 전국의 경정 이하 외근 형사 7937명의 평균 연령은 만 39.5세였다. 외근 형사는 일선 경찰서 형사·수사과, 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소속으로 사건 현장을 발로 뛰는 형사들을 말한다.

전체 형사 가운데 만 40세 이상은 47%였다. 연령대별로는 20대 554명(7%), 30대 3691명(46%), 40대 2832명(36%), 50대 이상 860명(11%)이었다. 특히 20대 후반부터 30대 초·중반을 형성하는 순경과 경장은 630명(8%)과 2209명(28%)으로 전체의 36%에 불과했다.

서울시내 한 형사과장은 “기동력과 체력을 바탕으로 범인을 잡기 위해 뛰고 달릴 수 있는 젊은 형사들이 적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반면 20대 형사는 매우 귀했다. 광주경찰청과 전북경찰청은 3명, 대전경찰청은 8명, 충북경찰청은 10명이 20대였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국의 경찰서는 244개로 한 경찰서당 20대 형사는 2.27명에 불과했다.

형사 고령화는 과중한 업무와 낮은 보수, 불리한 승진 여건 등으로 인해 젊은 경찰들이 형사가 되기를 기피하면서 나타나고 있다. 형사 고령화가 심화되면서 강력 범죄나 신종 범죄에 대한 경찰의 현장 대응력이 약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형사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살인 강도 강간 절도 폭력 등 5대 강력 범죄는 1998년 29만3655건에서 2008년 40만9907건으로 39.6% 증가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검거율은 86.6%에서 70.6%로 16% 포인트 떨어졌다.

송 최고위원은 “최근 젊은층의 흉악 범죄가 늘고 있어 젊은 형사가 많이 필요하다”며 “치안서비스에 공백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개선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엄기영 전웅빈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