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된 유럽’ 금융위기 급한 불 껐다

입력 2010-05-11 00:19

유럽연합(EU)이 그리스발 재정위기의 도미노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최대 7500억 유로(약 1102조원)의 항구적 ‘금융 방화벽’을 구축했다.

EU는 9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긴급재무장관회의에서 유로존(유로화 사용 16개국) 안정화를 위해 5000억 규모의 유로 안정기금을 마련키로 했다고 영국 BBC방송이 10일 보도했다.



이 중 4400억 유로는 유로존 국가들이 조성해 대출보증 등에 충당한다. 또 600억 유로는 EU 실무기구인 유럽집행위원회가 긴급 펀드를 만들기로 했다.



올리 렌 EU 경제통화담당 집행위원은 “EU는 유로를 지키기 위해 모든 조치를 다 취할 것”이라며 결연한 의지를 밝혔다. 국제통화기금(IMF)도 2500억 유로를 지원한다. 이에 따라 EU와 IMF의 지원을 합치면 유로 안정기금 규모는 총 7500억 유로에 이른다.



이날 합의는 그리스 위기가 구제금융 조치에도 진정되지 않고 스페인 포르투갈 위기설로 번지면서 나왔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치자 제2 리먼브러더스 사태 우려까지 제기되는 상황이었다.



유럽중앙은행(ECB)도 10일 종래의 입장을 바꿔 채권시장에 개입해 유로존 국가들의 국채를 매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들도 EU 조치를 환영한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G20 의장국인 우리나라의 윤증현 재무장관은 앞서 9일 오후 10시 G7 의장국인 캐나다의 제임스 플러허티 재무장관과 양자 간 전화통화를 갖고 국제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G20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이날 합의는 11시간에 걸친 마라톤회의 끝에 10일 새벽, 아시아 증시 개장 전 극적으로 이뤄졌다.



아시아 증시는 위기 해소 기대감으로 일제히 상승했다. 일본의 닛케이 평균주가도 사흘 만에 1.60% 오름세로 마감했다. 이어 유럽 증시도 개장 초반 급등세를 연출했다. 프랑스 CAC40지수는 5.59% 오름세로 장을 시작했고, 그리스 스페인 포르투갈의 주요 주가는 7∼9% 폭등했다. 유로화 가치는 런던 외환시장에서 2.2% 오르며 1.30달러에 거래됐다. 이 같은 상승폭은 최근 1년여 만에 최고치다.



뉴욕 증시도 훈풍에 힘입어 급등세로 장을 열었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404포인트(3.9%) 오른 1만786선에서 거래를 시작했으며, 나스닥 종합지수도 103포인트(4.5%) 상승한 2368선에서 출발했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