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지방선거 D-22… 교회, 지혜로운 참여 어떻게
입력 2010-05-10 17:34
이 땅 위에 공의를 최선의 인물 찾아 선택
‘빛의 정치’ 향하여 역사의식 갖고 적극 실천
6·2지방선거가 2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후보들은 선거철만 되면 표를 잡기 위해 교회를 찾는다. 매주 많은 인원이 모이는데다 신앙 여부가 표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투표율이 낮을 땐 유권자의 20∼23%만 확보해도 당선되는 선거공학상 교회는 ‘표밭’이나 마찬가지다. 후보들이 수요예배는 물론 새벽예배까지 참여해 구애작전을 벌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크리스천은 6·2지방선거를 어떻게 봐야할까.
◇정치의 신학적 배경=아무리 후보들이 철새처럼 표를 얻기 위해 기웃거린다 하더라도 크리스천은 정치를 긍정적으로 봐야 한다. 이유는 인간의 정치가 하나님의 말씀에 근거하기 때문이다. 구약에선 아브라함 이후 모세를 통한 출애굽 사건으로 하나님의 정치가 실현된다. 하나님의 정치는 다윗과 솔로몬을 통해서도 이뤄지는데 이스라엘 백성이 ‘이방의 빛’으로서 제사장 나라의 역할을 다하지 못할 때 수많은 선지자를 보내 공의를 실천할 것을 촉구하셨다.
신약에서 예수님은 하나님 나라를 선포(눅 4:16∼30)하시며 가난한 자와 포로된 자, 눈먼 자 등 사회적 소외계층에 은혜의 해를 선포하셨다. 그리고 세상의 소금과 빛으로 부패를 막고 어둠을 밝히는 정치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는 사실을 암시했다. 이런 근거에서 독일과 네덜란드의 기독교정당은 정치에 참여하고 있다. 미국교회도 흑백 인종갈등 해소에 적극 참여해 문제를 해결했다.
고세훈 고려대 공공행정학부 교수는 “정치란 기독교 신앙을 가진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구분해 투표하는 게 아니라 하나님이 이루시고자 하는 일을 찾는 과정”이라며 “심지어 아파트 시세까지 좌지우지할 정도로 정치는 많은 사람에게 체계적이고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고 교수는 “정치는 하나님의 공의를 이 땅에 세우는 과정이기에 하나님의 자녀로, 민주 시민으로서 마땅히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역사의식 갖고 현실 참여해야=교회의 목표는 국가와 세계에 하나님 나라의 주권이 회복되도록 하는 데 있다. 근·현대사에서 한국교회는 독립운동과 신사참배 거부, 복지, 환경, 노동, 통일, 인권운동과 민주화운동 등 다양한 방법으로 현실정치에 참여했다. 이런 관점에서 선거는 교회가 간접적으로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교회는 단순히 후보를 교인 앞에서 소개하는 차원을 넘어 기독교 정치인이라는 자기 정체성을 지킬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한다. 또 하나님께서 이방인인 페르시아의 고레스왕(스 1:1~4)을 당신의 일꾼으로 사용하셨듯이 비신자일지라도 정치인이라는 청지기로서 가져야 할 바른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권오성 총무는 “지방선거는 지역의 일꾼으로서 얼마나 헌신적으로 봉사할 수 있는가와 주위의 소외계층이 인간다운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우려는 자세를 갖고 있느냐에 선택의 기준을 삼아야 한다”면서 “그런 점에서 신앙의 유무 이전에 사회 민주화와 지역주민을 섬기려는 자세를 갖고 있는지 꼭 확인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승현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크리스천은 아주 한보 한보일지라도 바른 사회가 구현되도록 역사의식을 갖고 바른 정치적 의사표출이 될 수 있도록 이 땅에 보내진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회는 정치 지도자들을 위해 기도하도록 부름 받았다. 교회는 국가가 가난하고 약한 자들을 보호하도록 격려하며 정치 지도자들이 잘못했을 때 하나님의 주권이 확립되도록 그들에게 경고할 책임을 갖고 있다.” 장 칼뱅의 말은 정치적 냉소감을 갖고 있는 한국교회에 주는 엄중한 메시지다.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