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런 교육계에서 개혁이 되겠나

입력 2010-05-10 17:44

이명박 대통령이 매월 교육개혁대책회의를 주재하는 등 교육문제 해결을 위해 앞장서고 있지만 최근 교육계의 움직임을 보면 과연 개혁이 제대로 이루어질지 의구심이 든다. 서울시교육청이 추진하는 교장공모제는 ‘무늬만 공모제’라는 비판이 거세고, 여기에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아예 교장공모제 자체를 거부하며 법적 대응을 하겠다는 태세다. 교육계의 기득권 깨기가 이렇게 어려우면 교육개혁은 요원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서울시내 초·중·고 교장을 100% 공모제를 통해 뽑기로 한 서울시교육청은 최근 공모절차에 들어갔지만 추진계획을 접한 학부모와 교사들은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학교장 선정 과정에서 수요자인 학부모와 교사들의 의사가 오히려 약화됐다는 것이다. 즉 기존 시범실시 아래서는 학교운영위원회(학운위)가 1, 2순위자를 지명 추천해 사실상 교장선임 권한을 가졌으나 새 제도는 학운위와 학부모회가 무순위로 3명을 추천하면 교육청 심사위원회가 그중 1, 2순위자를 결정하도록 했다. 결국 교육청의 권한을 더 강하게 한 것이다. 교장자격증 소지자만을 대상으로 한 폐쇄형 공모제도 문제인데 선임 과정까지 이렇게 바꿔놓았으니 공모제를 하자는 건지 말자는 건지 모르겠다.

여기다 최대 교원단체인 교총은 교장공모제 자체에 딴죽을 걸고 나섰다. 교총은 어제 “교장공모제 확대는 수십 년간 교육정책을 믿고 따라온 교원들의 신의를 저버리고 기대이익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법원에 교장공모제 확대시행 취소소송과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낼 방침”이라고 밝혔다. 쉽게 말하면 교장자격증을 따기 위해 열심히 점수를 모았는데 막상 자격증을 발급받고도 교장이 못 되는 경우가 생기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이쯤 되면 교육당국이나 교총이나 기존 체제에 안주하자는 것에 다름 아니다.

모든 분야가 그렇듯 개혁에는 기득권층의 양보가 필수적이다. 교육청이 권한을 포기하려 하지 않고, 교장자격증 소지자들이 기득권을 계속 유지하려 한다면 포기해야 할 것은 교육개혁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