떴다, 철없는 해파리… 떤다, 제주 해수욕객
입력 2010-05-10 18:57
제주 바다에 해파리가 출현한 것으로 확인돼 올 여름 해수욕장 안전사고 예방에 비상이 걸렸다.
국립수산과학원은 이달 들어 제주 바다에서 모니터링을 실시한 결과 보름달물해파리가 제주시 한림 앞 바다와 차귀도 근해에 소량 출현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10일 밝혔다. 해파리 크기는 10㎝에서 7㎝ 사이다.
수산과학원은 올해 수온상승과 맞물려 노무라입깃해파리와 보름달물해파리가 대량 출현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예년의 경우 해파리 출현은 5월말쯤 보고됐다.
수산과학원은 이에 따라 12일부터 일주일간 이어도 등 동중국해를 중심으로 노무라입깃해파리 출현 여부와 개체수 등에 대한 모니터링을 실시할 계획이다. 2005년 독성 해파리가 제주 바다에 나타난 이후 해마다 개체수가 증가해 대량 출현이 우려되고 있다.
해수욕장의 불청객으로 불리는 노무라입깃해파리는 최대크기가 160㎝다. 한 번 쏘이면 채찍으로 맞은 듯 심한 통증과 가려움증이 생기며 검은 줄무늬 흉터가 2∼3개월 동안 남는다. 맹독성으로 꼽히는 작은부레관해파리는 4년 전 도내 8개 해수욕장에 출현했다. 작은부레관해파리에 모두 62명의 해수욕객이 쏘여 병원으로 이송되거나 현장에서 응급처치를 받았다.
떼를 지어 이동하는 독성 해파리는 해수욕객뿐 아니라 어민들에게도 피해를 주고 있다. 지난해 6월에는 제주시 한림 비양도 앞바다에 노무라입깃해파리가 몰려와 그물망 속에 있는 작은 물고기와 한치를 공격해 큰 피해를 입혔다.
해파리 떼는 가파도를 비롯해 서귀포시 범섬과 문섬 바다까지 출현해 피해를 줬다. 수중경관이 빼어난 이들 지역에는 스킨스쿠버들이 해파리 때문에 입수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기도 했다.
어민 박영일(45)씨는 “해파리 떼로 인해 바다에 쳐놓은 그물이 망가지거나 어렵게 잡은 한치와 참돔 등이 죽거나 상처를 입고 있다”고 하소연 했다.
제주도소방본부 관계자는 “독성 해파리에 쏘이면 불에 덴 듯 심한 통증과 함께 붉게 부풀어 오른다”며 “민감한 체질은 촉수에 다량 접촉시 쇼크로 인해 죽을 수도 있어 피하는 게 상책”이라고 밝혔다.
수산과학원 관계자는 “매년 여름이 되면 해파리 떼가 대량으로 몰려와 연간 3000억원의 피해를 보고 있다”며 “해파리 모니터링 시스템을 최대한 가동해 대응체제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제주=주미령 기자 lalij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