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세계로교회, 어촌에서 2000명 성도 교회로 성장…‘복음전파·이웃섬김’ 최적의 체질찾기 온힘

입력 2010-05-10 17:24


“조직은 작고 효율적으로, 자체 비용은 최대한 줄여라”

부산의 맨 서쪽, 진해시로 넘어가는 경계 지점에 저력의 교회가 서 있다. 반경 3㎞ 내의 주민들을 모두 합해도 300명 정도인 빈약한 토양에서 2000명 이상이 출석하는 공동체로 성장한 곳이다. 40년간 정체됐던 이 교회는 1993년 3월, 15대 교역자로 손현보(49) 목사가 부임한 이후 역동적인 변화의 길을 걸었다. ‘복음에 대한 확신, 이를 실천하는 뚝심’으로 손 목사와 성도들은 바닷가 작은 교회를 부산 서부 지역의 대표적인 교회로 성장시켰다.

◇전도에 도움이 안 되는 것, 모두 버렸다=지난 6일 부산 송정동 세계로교회를 찾았다. 확 트인 주차장과 ‘땅끝까지 복음을’이라고 쓰인 표지석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마침 손 목사가 외부 손님들을 배웅하러 교회 건물 밖으로 나왔다. 포항의 한 교회에서 탐방 온 성도들이라고 했다. 세계로교회는 매주 목, 금요일 교회를 개방하는데 적게는 1곳, 많게는 3∼4곳의 교회나 단체 관계자들이 방문한다고 한다. 이 교회의 성장 과정과 목회 시스템이 벤치마킹 대상인 것이다.

세계로교회는 ‘없는 것’이 많다. 남전도회, 여전도회가 없다. 성가대가 없으며 제직회나 교역자회, 심지어 별도의 담임목사 사무실도 없다. 예배당 로비 역시 없다. 방음 장치가 된 1층 문을 열면 바로 3000석 규모의 본당으로 들어서는 구조다. 그 뒤쪽 계단을 오르면 회의실로 쓸 수 있는 작은 공간과 테이블, 의자 등이 있는데 각종 회의와 제자 훈련, 새 신자 모임 등이 진행되고, 담임목사가 업무를 보거나 손님을 맞는 다용도 장소라고 손 목사가 설명했다.

다른 교회들에 ‘으레’ 있는 것들이 없는 이유는 복음 전파에 도움이 안 되는 것은 필요 없다는 손 목사의 결단 때문이다. 그는 부임 초 교회 남, 여전도회 회의에 참석했다가 이 조직이 그저 모여서 놀러가고, 젓갈 판매 등 장사에 열을 올리는 것을 보고 바로 폐지를 결정했다. 성가대가 찬양 잘하는 데만 신경 쓰고 더 놀라운 찬양인 복음 전하는 것을 소홀히 한다고 판단되자 이마저 없애버렸다.

“복음을 중심에 두지 않는 기관이라면 없애는 것이 옳지요.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모든 직분, 하나님 이름으로 모인 어떤 기관도 가장 중요한 목적은 복음 전파입니다. 조직을 위한 조직이 가득하면 그곳은 교회가 아닌 거대한 조직덩어리에 불과한 것입니다.”

◇교회의 문을 이웃들에게 열었다=세계로교회는 부지가 1만9000여㎡(6000평) 정도다. 그 가운데 3분의 1은 성도 대부분이 먼 곳에서 오는 것을 감안해 마련한 주차장이고, 600평 정도는 예배당이다. 예배당은 조립식 건물이다. 내부 벽면의 흡음재는 실제 계란판으로 만든 것이다. 교회 곳곳에 비용 절감을 위해 애쓴 흔적이 역력했다.

손 목사는 “헌금은 우리 교회를 위해 쓰기보다 지역 주민들을 위해 쓰려고 한다”고 말했다. 세계로교회는 몇 년 전부터 해마다 1000명씩 개안수술을 해 주고 있다. 신자든 불신자든 상관없이 교회와 연결된 병원에서 치료받으면 정부에서 지원하는 금액을 뺀 개인 부담금 20만원 정도를 지원해 준다. 몸이 불편한 노인들을 위해 매주 목욕 봉사를 벌이고, 소년소녀가장 및 결식아동들도 돕고, 가난한 이웃들의 집 신축 및 수리 봉사도 실시한다. 주변 공단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를 돌보는 일도 열심이다.

예배 역시 최대한 새 신자들의 눈높이에 맞춰져 있다. 예수를 믿을 마음이 전혀 없이 ‘한번 가 볼까’하고 찾아온 사람들이 흥미를 느끼고 감화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우선 주일 낮예배 시간에 앉았다 일어서는 순서가 없다. 대표 기도는 장로, 권사, 남녀 집사가 한 주씩 돌아가며 맡는데, 1분30초를 넘기지 않아야 하고 반드시 기도문을 적어와야 한다. 1주일 내내 기도하며 기도 한 문장 한 문장 최선을 다해 준비하라는 의미이자 사전 준비 없이 중언부언하는 것을 막으려는 뜻도 있다. 성가대가 없는 대신 누구든지 사전에 특별찬양을 신청해 특송할 수 있도록 했다. 특송이 끝나면 젊은 청년찬양팀이 나와 성도들과 함께 찬양한다. 예배 시간에 흩어져 있는 찬양을 집중적으로 묶어서 하는 것이다. 목회자의 설교 직전 성도들이 돌아가며 5분간 간증하는 것은 예배의 특징 중 하나다. 손 목사는 “예배 진행에서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처음부터 끝까지 물 흐르듯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철저한 제자 훈련이 근간=세계로교회는 출석 성도 2000여명인 큰 교회지만 부목사는 1명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교회는 일사불란하게 운영된다. 철저한 제자 훈련을 통과한 장로, 권사, 집사 등의 헌신이 있기 때문이다. 이 교회는 담임목사와 함께 1년 6개월 과정의 제자 훈련과 6개월간의 사역 훈련을 받지 않으면 직분을 주지 않는다. 그리고 이 같은 훈련은 세계로교회를 손 목사 중심의 역동적 공동체로 만드는 근간이 된다.

세계로교회의 부흥을 이끄는 또 하나의 엔진은 ‘전도하는 구역’이다. 손 목사는 구역예배가 흐지부지 운영되는 것을 보고 구역예배를 구역모임으로 바꾸었다. 주일 예배나 수요 예배 등 공예배는 강화하되 구역에서는 예배를 드리지 않도록 한 것이다. 구역모임은 대신 함께 밥 먹고 교제하면서 전도에 힘쓰도록 했다. 구역이 ‘관계 전도’의 최일선을 감당하게 된 셈이다. 이 전도하는 구역이 정착된 5∼6년 전부터 교회는 매년 30% 안팎씩 성장해 오고 있다. 2005년 258명, 2006년 322명, 2007년 418명, 2008년 590명에 이어 지난해 589명의 성도가 세례를 받았다. 올해는 800명 세례가 목표다.

부산=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