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방한 키르기스스탄 선교사협의회 회장 강형민 목사
입력 2010-05-10 19:16
“위기 상황이 생길 것에 대비해 위기관리팀을 만들어놓았던 것이 주효했습니다. 선교 현장에서 선교사들은 항상 위기에 노출돼 있다고 보면 됩니다. 이 때문에 철저한 대비가 필요합니다.”
최근 방한한 키르기스스탄 강형민(43·사진) 목사는 지난달 초 발생했던 키르기스스탄 폭동 사태에서 선교사들에게 큰 문제가 없었던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위기관리 매뉴얼에 따라 신속히 대처했기 때문에 안전했다는 것이다.
키르기스스탄 선교사들이 일사불란하게 행동했던 것은 올 초 발생한 한 사건 때문이었다. 선교사 한 명이 새벽기도를 마치고 귀가하다 동네 건달들에게 매를 맞은 것이다. 선교사는 맞으면서도 가족에게 연락을 취했고 가족은 재빨리 한국 대사관에 알리면서 일처리가 순조롭게 진행됐다.
키르기스스탄 선교사협의회장을 맡고 있는 강 목사는 선교사의 빠른 대처를 지난해 11월 선교사협의회와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가 공동으로 마련한 위기관리 세미나 덕분이었다고 말했다.
“대부분 선교사들에게는 위기의식이 없었습니다. 세미나를 열면서 선교 현장과 파송 교회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시험했는데 점수가 거의 제로에 가까웠습니다.”
선교사들은 세미나를 통해 위기관리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됐다. 이번에 빠르게 연락 조치를 취한 것은 그때 배운 교훈 때문이었다. 사건이 터지자 선교사는 침착하게 배운 대로 따랐다. 키르기스스탄은 중앙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선교사 비자를 내줄 정도로 선교 활동이 자유로운 나라다. 그러나 정부의 통제도 심해 허가를 얻어야 교회 활동이 가능하다. 최근엔 과격 이슬람주의자들 때문에 정부가 종교법을 개정하는 등 점차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린치 사건 직후 선교사협의회는 위기 시 행동 등을 담은 매뉴얼을 제작했고 사고 발생시 비상연락망, 병원 연락처 등도 만들어 배포했다. 이 덕분에 선교사들은 최근 소요사태에서도 큰 동요 없이 제대로 대처할 수 있었다. 키르기스스탄의 폭동은 현재 잦아들었다. 그러나 선교사들은 아직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지난 폭동 때 총기가 많이 분실된 상태여서 언제 어디서 위협을 받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강 목사는 파송 교회 역시 위기관리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교사를 파송한 교회 역시 위기 상황에 대해 알고 있어야 합니다. 현지 상황이 호전될 수 있도록 기도하는 것은 물론 납치나 병원 입원에도 대비해야 합니다.”
신상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