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사업으로 옮겨 심은 ‘단양쑥부쟁이’가 죽고 있다

입력 2010-05-09 19:35

4대강사업 공사구간에서 다른 곳으로 옮겨 심어진 멸종위기종 단양쑥부쟁이 3만6000여 개체 가운데 2656개체가 말라죽은 것으로 조사됐다.



4대강사업저지범국민대책위원회(범대위)는 지난 7일 경기도 여주군 강천면 굴암리 일대 단양쑥부쟁이 대체서식지에 이식된 약 3만6000여 개체를 일일이 확인한 결과 2656개체가 한 달 만에 말라죽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9일 밝혔다. 범대위는 “이처럼 대규모로 멸종위기종이 죽은 현장을 확인한 것은 멸종위기종 보호에 관한 법 조항이 만들어진 1998년 이후 처음”이라고 말했다.

범대위 측은 “살아남은 개체들도 곧 말라죽을 것처럼 위태로워 보였다”면서 “아직 살아 있는 단양쑥부쟁이 가운데 발육 상태가 양호한 것은 102개체 정도로 약 0.3%만 제대로 살아남았다”고 말했다.

범대위 관계자는 “이번 사태의 가장 큰 원인은 단양쑥부쟁이의 서식환경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고 대체이식을 했다는 점”이라며 “현재 조성된 대체서식지는 개인 농장에서 잔디를 재배하던 곳 위에 자갈과 모래를 약 30㎝ 높이로 쌓아 올려 평평하게 만든 인공 이식지”라고 지적했다. 정민걸 공주대 환경교육과 교수는 “멸종위기종은 원형보존이 가장 우선”이라며 “대체서식지가 성공할 경우에만 공사를 진행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4대강살리기추진본부 측은 “이상저온 등 계절적 요인으로 발육상태가 떨어질 수 있다”며 “조금 더 지나봐야 (이식 성공 여부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단양쑥부쟁이는 85년 충주댐 건설로 자생지역이 수몰되면서 멸종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려 20년 동안 그 모습을 찾을 수 없다가 2005년 여주 일대에서 군락지가 발견돼 멸종위기 야생 식물 2급으로 지정됐다.

임항 환경전문기자 hngl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