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檢·警, 문화 스스로 바꿔라”
입력 2010-05-09 21:24
이명박 대통령은 9일 경기도 과천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주재하며 “사회 구석구석이 산업화, 민주화를 빠른 속도로 하는 과정에서 개혁의 여지가 너무나 많다”며 “우리는 여러 면에서 개혁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달 26일 수석비서관회의에 이어 다시 스폰서 검사 문제를 거론하며 검찰의 내부 개혁을 촉구했다.
이 대통령은 “검찰과 경찰 개혁도 큰 과제”라면서 “천안함 사태가 국민 안보를 강화하는 좋은 계기가 되듯, 검찰도 이번 일(스폰서 사건)이 큰 교훈이 돼 스스로 개혁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또 “해당되는 검사들이 정말 자성하고 통탄하고 있겠지만, 일부는 속으로 ‘내가 이권에 개입한 것도 아니고 개인 친분으로 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겠는가’라고 생각하는 그것이 더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야당이 요구하고 있는 특검 도입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7일 정몽준 대표 등 한나라당 지도부와의 조찬 회동에서 특검 도입에 긍정적인 태도를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찬 회동 참석자는 “정 대표는 ‘진상조사단 결과가 나왔을 때 국민이 미흡하다고 판단하면 도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건의했고, 이 대통령도 부정적인 분위기가 아니었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은 경찰과 관련해서는 “성범죄를 잡는다는 경찰이 성폭행에 가담하는 일이 나온다”며 “물론 예외이긴 하지만 국민이 믿어야 할 경찰을 믿지 못한다.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지적했다.
검찰·경찰 문제 외에도 노사문화, 비효율적인 예산 집행, 과거식 사고방식에 대한 변화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경제위기 속에서 파업하고 노동쟁의하는 나라는 대한민국밖에 없었다”며 노사개혁을 주문했고, “R&D 투자도 우리가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선진국이 되면 저성장이 불가피하다는 고정관념을 갖고 있다”며 “기존 경제체제에서는 그렇지만, 이제는 건전재정을 이루면서도 고성장을 이룰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시대의 변화를 느껴야 한다. 2050년 계획을 세우면서 1900년대 사고를 갖고 접근하면 안 된다”며 “과거와 비슷한 의견을 얘기할 것이라면 이렇게 애써 모여서 회의할 필요가 없다”고 공무원들의 의식 변화를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이 사회 각 분야의 개혁을 주문한 것은 집권 후반기 강도 높은 개혁에 나서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란 해석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올 하반기부터 2011년까지는 선거가 없는 해”라며 “때문에 1년반은 일을 많이 할 수 있는 해이고, 모든 면에서 계획하고 기본을 튼튼히 할 수 있는 해”라고 강조했다.
남도영 기자 dy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