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헌 논란 휩싸인 美 ‘국가 기도의 날’… 기도 열기는 더 뜨거워졌다
입력 2010-05-09 20:13
“미국은 성경 위에 세워진 국가다.”
위헌 논란에도 6일(현지시간) 미 국회의사당에서는 ‘국가 기도의 날(National Day of Prayer)’ 행사가 열렸다. 국가 기도의 날은 지난 58년간 역대 대통령들이 선포해 온 기념일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대국민 선언문을 발표했고, 목회자들은 전국 곳곳에서 기도회를 열었다고 AP통신 등 외신이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역대 대통령들처럼 선언문을 낭독했다. ‘기도와 명상으로 하나님께 의지하라’는 내용이다. 워싱턴 의회 빌딩에서는 예년과 마찬가지로 특별기도회가 열렸다. 연사로 초청된 프랭클린 그레이엄 목사와 행사 전담팀의 셜리 돕슨 회장 등을 비롯해 교계와 정관계 인사, 시민 등 400여명이 기도회에 참석했다. 돕슨 회장은 인사말에서 “미국은 기도하는 민족이 탄생시킨, 성경 위에 세워진 나라”라고 강조했다. 그레이엄 목사는 “예수 그리스도가 없는 대륙엔 아무런 희망도 없다. 지금이야말로 다시 예수 그리스도를 찬양할 때”라고 설교했다.
그레이엄 목사는 펜타곤(미 국방부) 주차장에서 기도회를 열기도 했다. 펜타곤은 이슬람을 자극할 수 있는 데다 위헌 판결까지 내려졌다는 이유로 자체 기도회를 취소했고, 연설자로 초청했던 그레이엄 목사에게 초청 취소문을 보냈다.
국가 기도의 날 전담팀에 따르면 올해 국가 기도의 날 행사는 관공서와 공원, 교회, 학교 등 4만여 곳에서 진행됐다. 지난해보다 15%가량 증가한 수치다.
위헌 판결이 기독교인들의 결집에 불을 붙인 셈이다. 위스콘신주 연방법원 바버라 크랩 판사는 앞서 “정부가 특정 종교 행위를 지지하고 권고하는 기도의 날은 정교분리와 개인의 종교 자유에 관한 연방헌법 수정헌법 1조에 위배된다”고 판결했다. 미 법무부는 이에 항소를 제기했다.
국가 기도의 날은 1952년 미 양원의 합동 결의 사항으로 통과돼 해리 트루먼 정권 때 법제화된 기념일이다. 1988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때부터 매년 5월 첫째 주 목요일에 공식 기념 행사가 열리고 있다.
한편 지역지 디트로이트 프리 프레스에 따르면 ‘미국이 기독교 국가인가’를 묻는 온라인 설문에서 1408명이 참여해 63%인 884명이 ‘그렇다’고, 36%인 504명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이경선 기자 boky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