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방중 이후] 美 “北 도발행위 중단해야” 압박
입력 2010-05-09 18:26
미국은 북·중 정상회담 결과를 높게 평가하지 않았다.
필립 크롤리 국무부 공보담당 차관보는 7일(현지시간) 정례브리핑에서 이번 정상회담에 대한 미국 입장을 묻는 질문에 “북한이 해야 할 일들이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그것은 국제사회 의무를 준수하고, 도발 행위를 중단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상회담 이전 언급한 내용에 비해 도발 행위 중지라는 표현 등이 추가됐다. 또 “우리는 북한의 행동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고 말해 향후 북한이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미국 입장이 변화될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김정일이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유리한 조건 조성을 희망한다면 오랫동안 우리가 밝혀왔던 사항을 정확히 하면 된다”고 말해 국제사회 의무 준수와 9·19 공동성명 조치 이행 등을 거듭 강조했다. 또 ‘김정일이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진전에 협력하고 싶다’는 뜻을 밝힌 데 대해 “정확히 어떤 협력을 의미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다소 시큰둥하게 반응했다.
크롤리 차관보는 베이징 주재 미 대사관이 중국 정부로부터 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고 밝혔다. 미국 측 반응은 북한과 대화 테이블에 앉기 위해서는 북한의 도발 중지 같은 전제조건들이 충족돼야 한다는 뜻으로, 천안함 사태 이전보다 대북 태도가 좀 더 강경해진 것으로 해석된다.
워싱턴의 한반도 전문가들도 이번 정상회담이 6자회담 재개나 향후 북·미 관계를 진전시키는 계기를 마련하지 못했다고 보는 분위기다.
아시아재단의 스콧 스나이더 한·미정책연구소장은 6자회담 재개 희망에 대해 “한국과 미국의 대북 압박정책을 순화시키려는 일종의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한·미 간 대북 공조를 방해하려는 의도도 담긴 것으로 보는 것이다.
헤리티지재단의 청빈 중국담당 연구원은 “6자회담 복귀는 김 위원장 방중의 주된 목적이 아니었다”면서 “중국의 경제 지원이나 북한 후계자 문제 등이 더 주요한 관심사”라고 말했다. 이 재단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도 “지금까지 발표된 것으로는 북한의 6자회담 복귀와 관련해 어떤 계기가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은 핵 의제를 계속 가져가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한·미는 천안함 조사가 끝날 때까지 회담에 복귀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무부 한국과장을 지낸 데이비드 스트로브 스탠퍼드대 아·태연구소 부소장은 “김 위원장이 6자회담에 대해 새로운 것은 거의 말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