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만 원유유출 사태 중대 고비… 차단 돔 설치 일시 중단

입력 2010-05-09 19:30

20일째를 맞고 있는 멕시코만 원유 유출 사태가 장기화 여부의 중대 갈림길에 섰다.



원유가 유출되고 있는 해저 파이프 내 구멍을 근본적으로 봉쇄하기 위해 시도한 ‘오염물질 차단 돔(작은 사진)’ 설치작업이 일시 중단됐기 때문이다. 차단 돔 설치작업이 실패할 경우 2∼3개월간 원유 유출이 계속될 수밖에 없어 최악의 환경 대재앙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이번주 초가 최대 분수령”=원유 유출 사태는 영국 석유회사 브리티시 페트롤리움(BP)이 해저에 설치 중인 ‘오염물질 차단 돔’이 원유가 흘러나오고 있는 철제 파이프 관 3개 중 가장 큰 구멍을 덮느냐에 따라 상황은 크게 달라진다.

상황은 낙관적이지 못하다. 건물 4층 높이의 대형 철제 컨테이너 형태인 돔이 7일 밤 해저 바닥인 1.6㎞까지 내려간 상태에서 가스가 얼음과 결합해 생기는 ‘가스 하이드레이트’가 발생해 설치작업 자체가 중단됐다고 CNN이 8일 보도했다.

돔 설치작업의 승패는 10일 전후해 판가름 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최악의 상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는 형국이다. 하루 5000배럴씩 배출되고 있는 상황이 50여일 더 지속될 경우 1989년 26만2000배럴의 기름이 흘러나온 엑손 발데즈호 사건을 뛰어넘는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기름 유출 사고로 기록되게 된다.

우선 현재 사고해역 주변에 떠 있는 기름띠가 멕시코 만류를 타고 동부 연안을 따라 북상할 경우 주변 해안은 말 그대로 초토화될 수 있다.

여기에다 수일 내에 멕시코만 주변에 서식하는 야생 조류를 포함한 상당수 해양 동물이 생명을 잃을 위험에 처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다.

루이지애나 주정부 야생동물어업국은 어류 445종과 조류 134종, 파충류 32종 등 모두 600여종이 위협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체작업 2∼3개월 걸려”=BP는 돔에 열을 가해 가스 하이드레이트 형성을 막거나 하이드레이트 분해를 위해 에탄올을 공급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심해에서 차단 돔 설치작업을 진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성공보다는 실패 쪽에 무게가 기우는 분위기다.

실패할 경우를 대비해 BP 측은 현 유정에서 1.6㎞ 떨어진 곳에 ‘감압 유정’을 뚫어 사고 유정의 분출 압력을 낮추는 작업에 착수했다. 문제는 이 작업이 완료되려면 2∼3개월을 기다려야 한다는 점이다. 현재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는 유정 정두에 있는 폭발방지기 주변에 튜브를 통해 진흙과 시멘트 등을 투사함으로써 아예 봉인하는 ‘유정 정두 봉쇄’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