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大入서도 확인된 “법 지키면 손해”
입력 2010-05-09 17:58
7일 보도된 ‘대학입시 지원 방법 위반 현황자료’를 접한 국민들은 뒤통수를 맞는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진보신당 조승수 의원이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제출받은 이 자료에 따르면 2005학년도부터 2009학년도까지 5년간 대입 수시와 정시에 동시 합격하는 등 법을 어기고 대학에 입학한 학생이 9101명에 달했다. 하지만 법대로 합격을 취소당한 학생은 294명(3.2%)에 그쳤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 납득키 어렵다. 고등교육법에 따르면 수시모집에 합격한 학생은 정시 및 추가 모집에 지원할 수 없으며 입학 학기가 같은 2개 이상의 학교에 합격할 경우 1곳에만 등록토록 하고 있다. 이를 어기면 합격을 무효화해야 한다. 일부 우수 학생들이 진학의 기회를 독점하는 것을 막기 위해 만든 장치다.
대다수 수험생은 이 조항을 위반하지 않기 위해 노심초사하며 대입 전략을 짠다. 그런데 매년 1000명 이상의 학생이 수시와 정시 모집에 동시 합격, 이중 등록을 해왔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더욱이 고려대 등 주요 사립대를 포함한 4년제 대학 100여곳이 매년 많게는 20명 이상 이중등록자를 입학시켜 왔다니 보통 배신감을 주는 게 아니다. 대입의 기본 원칙을 무너뜨리는 이런 부정행위 때문에 법을 지킨 학생들만 불이익을 받은 셈이다.
대입 업무가 이토록 엉성하게 이뤄진다는 사실이 놀랍다. 수시합격자의 정시 지원여부는 각 대학이 전산망을 공유하면 얼마든지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입학 시즌이 다 끝난 후에야 이를 가려내 심사한다는 것 자체가 난센스다. 무엇보다 공정해야 할 대학입시의 룰을 깨버린 대학들이나 이를 제대로 감시하지 못한 대학교육협의회의 직무 유기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우리 대학들은 입만 열면 자율권을 확대해 달라며 목청을 높인다. 하지만 이번 사례에서 보듯 국민들은 대학들이 과연 자율권을 제대로 행사할 능력과 책임감을 갖고 있는지 의심한다. 책임감이 동반되지 않는 자율은 이기주의와 방종으로 흐를 뿐이다. 대학들의 맹성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