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제조국 규명 어려운 ‘화약성분’… 美연구기관에 보내 분석 검토
입력 2010-05-10 00:08
천안함 선체 등에서 발견된 화약성분과 금속 파편만으로는 단기간에 어뢰 제조국을 규명하기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문에 침몰 원인 규명은 가능하지만 공격 주체를 밝히지 못하는 ‘장기미제사건’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9일 “천안함 연돌(연통)과 해저에서 검출된 화약성분 RDX(Research Development Exclusive)만으로는 제조국을 알아내기 사실상 힘들다”고 토로했다. RDX가 워낙 폭발력이 좋아 국제적으로 많이 쓰이고 있기 때문이다.
폭발물 전문가들에 따르면 독일에 이어 미국과 캐나다, 영국 등에서 초기에 제조할 때만 해도 연구실마다 배합비율이 조금씩 달라 성분분석을 하면 어느 나라에서 제조한 것인지 파악할 수 있었다. 하지만 현재는 각국이 대부분 같은 분자구조를 지닌 성분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제조국을 알아내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다만 미국은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무기류의 성분을 대부분 파악하고 있어 미 정보기관이나 무기체계연구소 등에서는 자료를 확보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한 군사전문가는 “전 세계를 대상으로 각종 전투 활동을 하고 있는 미국은 적대국뿐 아니라 우방국에서 개발되는 신형 무기들에 대해서도 자세한 정보를 확보하고 있다”며 “미국이라면 밝혀낼 수도 있다”고 했다. 현재 천안함 침몰 원인 규명에는 미 전문가 15명도 참여하고 있다. 이번에 검출된 RDX를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조사가 끝난 뒤 일부를 미 전문연구소에 보내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민·군 합동조사단이 확보한 금속 파편을 통해 폭발물 제조국을 알아낼 수도 있다. 합조단이 조사 중인 3∼4개의 금속 파편은 알루미늄과 마그네슘 합금으로, 통상 어뢰 외피용으로 쓰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보통 금속 합금은 용도에 따라 알루미늄과 마그네슘, 철 등의 배합비율을 달리한다. 어뢰 등 무기로 사용하려면 강한 폭발력을 갖도록 배합비율을 조정한다.
군 관계자는 “금속 합금파편의 배합비율을 보면 제조국이나 사용국을 큰 카테고리 내에서 대략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금속 합금파편의 배합비율을 분석했다 하더라도 어뢰를 보유한 각국의 배합시료 표본이 없어 단기간에 제조국을 압축하기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는 논란이 되고 있는 화약성분에 대해서 빠르면 10일쯤 입장표명할 것으로 보이며 합조단도 당초 예정된 20일보다 빨리 천안함 침몰 원인을 발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합조단은 침몰원인은 어뢰에 의한 것으로 결론짓되 공격 주체 규명은 계속한다는 선에서 조사 결과를 밝힐 가능성이 높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