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재정 의무지출 200조… 정부, ‘곳간 방어’ 방심은 금물
입력 2010-05-09 21:37
9일 과천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렸다. 재정건전성이 핵심 화두였다. 아직 주요 선진국에 비해 재정상태가 건전하지만 안심해서는 안 된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이러한 우려처럼 재정 의무지출이 2012년부터 총지출의 50%를 넘어서고, 2014년에는 그 금액도 200조원을 초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 경우 재정 의무지출이 4년 새 55조원이나 늘어나는 셈이다.
의무지출이란 법률상 지출규모 등을 명시하고 있는 지방재정교부금, 국민기초생활보장급여, 연금, 건강보험 등 13가지 항목을 말한다. 예산편성권자의 재량 개입이 전혀 없이 무조건 지출해야 하는 경직성 예산지출 항목이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9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기 재정정책 방향’ 보고서를 통해 정부의 의무지출은 2014년 200조9357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는 총지출 전망치인 397조1301억원의 50.6%에 이른다. 예산정책처는 재량지출이 금융위기 이전 5년간의 평균 증가율을 유지한다고 가정했다.
문제는 의무지출의 비중이 정부가 탄력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재량지출을 넘어서는 때다. 올해 의무지출은 145조8893억원으로 총지출의 49.8%를 차지하나 2012년부터는 의무지출 비중이 재량지출보다 많아질 것으로 예측됐다. 이렇게 되면 재정 경직성이 심각해지면서 정부 정책의 재량권이 축소된다.
예컨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처럼 대규모 재정 운용이 필요한 경우에도 정부의 여력이 줄어들 수 있다는 얘기다. 여기엔 사회복지 분야의 지출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전체 의무지출 연평균 증가율(8.3%)보다 국민연금(13.3%), 기초노령연금(12.4%), 국민기초생활보장급여(11.2%), 건강보험(8.9%) 등이 매년 가파른 지출 증가세를 보인다.
복지국가로 진행되는 과정에서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의무지출의 내실을 높이고 효율성을 담보하기 위한 제도적 보완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분석이다.
조세연구원 관계자는 “의무지출 항목 자체를 줄이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의무지출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복지지출을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동시에 재정수반 법안 심사 시 재정충당 방안을 철저히 심사하는 장치가 갖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지방자치단체의 빚도 재정건전성 압박 요인이다. 최근 지자체들은 경기부양을 위해서뿐 아니라 저금리에 기대 빚까지 내며 각종 사업을 벌이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정부 부채(이자를 지급하지 않는 부채 제외)는 지난해 말 321조98억원이었으며 이 가운데 지자체 빚이 7.96%(25조5531억원)를 차지했다. 지자체 부채 증가율은 정부 부채 증가율(13.82%)을 훨씬 웃도는 34.15%다. 서울과 전남, 충남, 인천 등은 50% 넘게 부채가 증가하기도 했다.
지자체 부채 증가는 무분별한 지방채 발행 탓이 크다. 더욱이 최근 발행되는 지방채는 만기도 짧아져 상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최근 재정위기를 맞은 그리스 등 남유럽 국가들도 경기부양을 목적으로 싼 값에 자금을 끌어 썼다가 낭패를 봤다. 한은 관계자는 “지자체들은 빚이 늘면 중앙정부가 해결해 줄 것이라고 기대하는 경향이 있는 만큼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아진 기자 ahjin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