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發 금융 충격] 금리 인상 늦춰질 듯… 금융통화위서 기준금리 15개월째 동결 확실시

입력 2010-05-09 19:27

유럽 재정위기가 예상을 넘는 파장을 일으키면서 본격적인 출구전략 시행이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우선 12일 열리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연 2.0%)를 15개월째 동결할 것이 확실시된다.

지난달 24일 미국 워싱턴에서 개최된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국가별 상황에 맞게 출구전략을 구체화하기로 의견을 모음에 따라 최근 우리나라의 독자적인 출구전략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하지만 그리스 사태가 스페인 등 다른 유럽국가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면서 기준금리 인상을 뜻하는 본격적인 출구전략 시행에 신중해야 한다는 당·정·청의 입장에 힘이 실리는 모습이다.

지난 3일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가 열린 타슈켄트에서 기자들과 만나 올해 2분기 경제성장률이 나오기 전까지 현재의 정책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 채권 애널리스트는 “12일 열리는 금통위의 이슈는 금리 동결이냐 인상이냐가 아니라 당일 발표되는 ‘통화정책방향’ 등에서 향후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하는지 여부였다”면서 “결국 이번 유럽 재정위기 여파로 금통위가 더 관망하겠다는 쪽으로 방향을 잡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한은 관계자도 “불안 요소로 잠복돼 있던 유럽 재정위기가 전면에 부상하면서 통화정책 당국으로선 그 영향을 당분간 지켜볼 수밖에 없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럽 재정위기가 출구전략 시행을 오랫동안 지연시킬 요인은 아니라는 의견이 적지 않다.

LG경제연구원 신민영 경제연구실장은 “그리스의 재정 위기 확산으로 조기 금리 인상론의 힘이 다소 빠지겠지만, 장기간 이어질 이슈는 아니다”며 “따라서 2분기 중에 금리 인상은 어렵겠지만 2분기 경제 성적표와 세계 경제의 추이를 살피고 나서 3분기 중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배병우 기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