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드시 지켜야 할 ‘약속’

입력 2010-05-09 17:12

경북 구미에서 개척하기 전 시골에서 목회할 때의 일이 생각난다. 아이들 둘 데리고 경북 상주에서 시장도 보고, 목욕도 할 겸 온 가족이 나들이를 하게 되었다. 몇 시에 목욕탕 앞에서 만나자는 약속을 하고 목욕탕에 들어가게 되었다.

한참 뒤 목욕을 하고 나왔는데 약속 시간이 조금 남아 있기에 당시 다니던 경북대(상주캠퍼스) 행정학과의 다음 학기 수강신청 날짜를 확인했다. 그런데 그날이 수강신청 마지막 날인 것을 알고 부랴부랴 학교로 차를 몰았다.

수강신청을 하고 볼일을 다 본 나는 아내와 만나기로 약속한 장소에 가니 이미 시간은 많이 지난 상태였다. 미안하기도 하고 이리저리 찾아보았지만 연락할 길도 없고 만날 방법도 없었다. 할 수 없이 차를 운전해 집으로 올 수밖에 없었는데 집에 와보니 사건이 벌어져 있었다. 눈 속에서 많은 시간 기다리다 지친 아내는 어린 두 아들을 데리고 택시를 대절해 교회사택까지 왔던 것이다.

화가 치밀어오를 대로 오른 아내는 가만히 있을 리 없었다. 나에게 쏘아붙이며 따지는 것이 아닌가. 그쯤 되니 정말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사실 그 당시 휴대전화만 가지고 있었더라면 서로 연락을 취할 수 있었을 텐데 개척을 위해 돈 한 푼이라도 절약해야 한다는 강한 마음에 미루었던 것이 그런 사건을 만들고 말았던 것이다. 지혜가 부족한 것을 한탄하며 그 다음날 휴대전화를 구입했다.

이렇게 약속에 얽힌 사연으로 인해 휴대전화를 구입하게 되었고 그 후로는 서로가 떨어져 있어도 쉽게 연락을 할 수 있어서 안심하고 외출할 수 있었다. 지금도 그때 일을 생각하면 부끄럽고 아내와 아이들에게 미안하다.

개척 목회를 하면서 성도들 사이에서도 이런 일이 흔하다는 것을 알았다. 약속을 해놓고도 그 약속을 쉽게 파기하는 경우가 흔했다. 문자나 전화 한통이면 서로 이해하고 소통할 일을 대화 부족으로 일관하는 사람들을 볼 때면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한번 주님과 사람들에게 약속(동의)을 했다면 자신에게 금방 손해가 나거나 어떤 힘든 상황이 벌어진다 할지라도 지켜야 함이 당연할 것이고 피치 못할 사정이 생길 경우 상대방에게 정말 미안한 마음으로 그리고 정중하게 연락을 취해야 하지 않을까.

이봉호 목사 <새구미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