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의 희망, 强小기업-(39) ㈜지비스타일] ‘토종 캐릭터 내의’ 고객 사로잡았다

입력 2010-05-09 19:18


㈜지비스타일(GB STYLE)은 내의를 ‘패션’으로 봤다. 내의에 창조적 디자인이 도입되고, 과학과 감성이 접목된 것은 이런 인식의 혁신이 있기에 가능했다. 국내 최초로 어린이 내의에 캐릭터와 패션을 적용시킨 지비스타일이 지난 10년간 고속성장을 거듭해온 힘이기도 하다.

서울 청담동에 본사를 둔 지비스타일은 직원 80명에 전국 65개 대형 백화점 외에 60개 전문매장과 500여개 협력업체를 두고 있다. 올 매출 목표는 지난해보다 20% 늘어난 360억원으로 잡았다. 춥고 긴 겨울 등 이상기온이 매출 증가에 한몫 하고 있다.

이 회사 대표 박칠구(58)씨. 그는 창업 후 줄곧 디자인 혁신에 남다른 애정을 쏟았다. 박 대표가 내의 사업과 인연을 맺은 것은 1984년. 영남대 경영학과 졸업 후 상경해 서울 동대문 흥인시장에서 의류업을 시작했다.

어렵사리 자본금 13억원으로 1991년 지비스타일 전신인 ‘거봉교역’을 설립했다. 하지만 매출은 연간 10억원을 간신히 맴돌았다. 어느 날 시장에서 우연히 본 ‘디즈니’ 만화영화가 인생을 바꾸는 단초가 됐다. TV를 보며 깔깔대는 어린이들이 보는 것은 다름아닌 미키마우스 만화영화였다. 그 순간 ‘미키마우스를 아동 내의에 담아내면 어떨까’하는 아이디어가 머리를 스쳐갔다. 곧바로 디즈니한국지사와 접촉해 한국 라이선스 계약을 따냈고 국내 최초로 ’디즈니 내의’를 만드는 주인공이 됐다. 미키마우스와 곰돌이 푸우 캐릭터가 들어간 내의는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하지만 호황은 오래 가지 않았다. 1997년 디즈니한국지사로부터 연말로 라이선스 계약을 끝내자는 전화를 받았다. 계약 당시 4000만원의 로열티를 35억원까지 해마다 인상해주었지만 경쟁 업체인 B사가 100억원에 선수를 쳐버린 것. 디즈니 원본 외에 자신이 5년 넘게 개발한 디즈니 캐릭터까지 한순간에 사라져버렸다. 설상가상으로 IMF 사태까지 닥쳤다.

그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었다. 회사가 망하는 것보다 직원을 구조조정하는 아픔이 더했다. 좌절에 빠진 어느 날 아내(52)의 한마디는 절망을 희망으로 바꿔놓았다.

‘디즈니와 경쟁 업체를 더 이상 원망하지 말자. 그리고 디즈니 덕분에 돈도 벌었고 캐릭터 사업 경험도 했으니 토종 캐릭터를 만들어보자’는 딱 한마디였다.

마음을 다잡은 그는 다시 브랜드와 캐릭터 만들기에 몰두했다. IMF로 줄도산을 하던 1999년 디자인연구소를 설립하고 오히려 개발비를 늘렸다. 빚을 지더라도 디자이너는 총원의 30%를 유지했다. 아울러 시장 변화를 읽으며 창의적 디자인 혁신을 계속했다. ‘내의=패션’이라는 차별화 전략으로 틈새시장을 파고들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디어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첫 브랜드가 ‘무냐무냐’(Moonya Moonya)다. ‘뭐야 뭐야’하고 묻는 아이들의 말을 브랜드화한 것이다. 무냐무냐는 마케팅 조사 결과 인지도 1위를 기록했다. 또 2003년에는 ‘친구, 단짝’이란 우리말인 ‘첨이첨이’(Chummy Chummy)가 나왔다. 어린이들 호기심 탓인지 시장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대형 백화점과 전문매장, 심지어 재래시장에서 주문이 쇄도했다. 연간 100억원 안팎에 머물던 매출도 매년 10∼20%씩 뛰었다.

박 대표는 2002년 법인명을 지비스타일로 바꾸고 제2 창업을 선언했다. 미국 애틀랜타는 물론 중국, 러시아에도 토종 브랜드를 수출하기 시작했다. 아동 내의 중심의 사업 분야도 다각화해 유아복과 성인 내의, 잠옷, 양말·타이즈 등 8개 브랜드 영역으로 확장됐다. 그 결과 2007년 산업자원부와 한국디자인진흥원이 개최한 9회 한국디자인상 공모전에서 산업자원부장관상을 받았다.

매년 새로 개발되는 디자인은 2000여점. 그 가운데 점주와 영업사원 품평을 거쳐 800여점만이 빛을 본다. 박 대표 부부와 직원들도 수시로 품평회를 갖는다. 미국 등 해외 시장을 돌아보고 지난 6일 귀국한 박 대표는 첨단 나노 기술을 접목한 자연친화적 신상품을 올 가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했다. 그는 “입맞춤을 뜻하는 ‘쿠스쿠스’라는 성인용 새 브랜드를 개발 중”이라며 “토종 브랜드에 걸맞게 건강에도 좋고 자연친화적인 제품을 개발해 패션 문화를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호 선임기자 kyung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