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자씨] 어머니
입력 2010-05-09 20:16
보리밥집에 들렀다. 그런데 순두부가 먼저 나왔다. 별로 내켜하지 않자 곁에서 “왜 순두부를 먹지 않느냐? 좋아하지 않느냐?”고 했다. 나는 그냥 빙그레 웃으며 조심스레 슬픔 하나를 집어 들었다. 중1때의 일이다. 그 시대 어머니들의 삶은 그 자체가 형극이었다. 내 어머니도 마찬가지였다. 시오리 먼 길, 나뭇단 내다팔고 산나물을 뜯어 가정에 보탰다. 그러던 어느 날 ‘손두부를 만들어 팔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콩을 불려 맷돌에 갈아 간수를 넣어 만든 두부를 시장에 이고 가셨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두부가 얼마나 맛있게 보였든지 한 달가량 됐을까, 관에서 갑자기 들이닥친 자들이 두부판을 엎어버리고 어머니를 끌고 갔다. 불법식품 제조 신고가 들어왔단다. 큰 두부공장 사장이 신고를 했던 것이다. 그 후론 두부가 보기 싫어졌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지 석 달 5일째, 그립다. 보고 싶다. 혹시나 하여 생전 전화번호를 돌렸다. 055-637-30XX, 잠시 후 젊은 여자 목소리가 들렸다. “여보세요.” “아이고 죄송합니다. 제가 전화를 잘못 걸었군요.” 황급히 수화기를 놓았다. 창공에서 어머니 음성이 들린다. “우짜든지 몸 단디 챙기라이. 몸이 제일인기라.”
옥성석 목사(일산충정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