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널리스트의 증권터치] 남유럽발 재정위기 오히려 기회

입력 2010-05-09 19:12


지난주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세계 주식시장이 남유럽 재정위기 확산 공포감에 휩싸였다. 독일 의회의 구제금융 신청 승인을 계기로 그리스 구제금융이 확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포르투갈과 스페인 등 인근 취약국가로 재정위기가 옮겨가고 있다. 영국과 미국까지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라듯 2008년 베어스턴스에 이어 리먼브러더스 파산을 경험했던 투자자들이 그리스가 구제되더라도 재정위기 전염이 계속될 것이라는 데자뷔에 젖어든 것이다.

하지만 남유럽 재정위기가 발생한 올해 세계경제는 2008년 미국 서브프라임(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 때와 달리 펀더멘털 여건상 분명한 차이가 있다. 남유럽 재정위기가 진정되는 미세한 변화 조짐도 분명히 나타나고 있다. 단순히 공포감 확산에 부화뇌동하기보다는 위기를 기회로 볼 수 있는 냉철한 판단이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첫째,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선진국 통화위기로 확산될 수 있다는 공포에는 현실성이 부족하다. 이미 서브프라임 사태로 촉발됐던 신용위기를 극복한 선진국으로서는 위기의식이 강화될수록 긴급 유럽연합(EU) 재무장관회의 소집에서 나타나듯 대응책이 강화될 것이다.

둘째, 2008년 세계경제가 경기침체의 한복판에 있었다면 올해 세계경제는 미국 고용회복 확대에서 나타나듯 경기 회복이 확대되는 단계에 있다. 세계경제가 회복되면 재정위기는 수면 밑으로 잠복하게 된다. 셋째, 지난 주말 글로벌 주식시장은 여진 성격의 하락세를 이어갔지만 외환시장은 유로화의 큰 폭 상승에서 나타나듯이 남유럽 재정위기의 진정 가능성을 엿보이고 있다.

현재 재정위기에 대한 EU의 지도력이나 현실 감각 결여를 감안하면 취약한 국가를 골라 공격하는 국제 투기자본에 의해 재정위기 불안장세가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다만 주식시장이 포르투갈 위기 가능성을 넘어 미국 영국 등 선진국 재정위기까지 반영한다면 냉철한 머리를 가진 투자자에게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 분명하다.

현대증권 이상재 투자전략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