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옥선희] ‘공정여행’의 매력

입력 2010-05-09 17:59


어버이날이었던 지난 8일은 세계 공정 무역의 날이기도 했다. 공정 무역은 중간 유통 과정을 줄여, 제3세계의 가난한 생산자는 정당한 보수를 받고, 소비자는 합리적인 가격에 좋은 제품을 살 수 있게 하자는 사회 운동이다.

국내에도 공정 무역 단체들이 생겨 커피, 초콜릿, 의류, 장난감 등을 팔고 있다. 대기업의 대량 생산 제품에 비해 10∼20% 비싸지만, 공정 무역에 공감하는 소비자가 늘면 가격은 많이 내려갈 거라고 한다.

공정 무역과 같은 취지로 공정 여행에 관심 갖는 이들도 늘고 있다. 여행을 진정 즐길 줄 아는 이들이라면 이들의 책임 여행 계명에 공감할 것이다.

휴대전화나 MP3 같은 전자 제품은 가져가지 않는다. 자가용보다는 가급적 버스나 기차, 자전거를 이용하며 걷기 여행을 한다. 개인용 컵, 손수건 등을 소지하여 일회용품 사용을 줄인다. 현지 인사말을 배워가는 등 방문지의 역사, 환경, 경제, 문화, 자연을 존중하고 배려한다. 현지인이 운영하는 친환경적인 숙박 시설을 이용하고, 토속 유기농 먹을거리를 맛보며 재래시장, 공익 단체, 박물관 등을 찾아가 지역 경제에 도움을 준다.

심지어 물건 값을 지나치게 깎지 않기, 사진 찍을 때 허락 구하기, 어린이에게 사탕이나 선물 혹은 돈을 주지 않기, 현지 드레스 코드에 맞추기 등을 내건 단체도 있다. 경비 일부를 지역 공동체에 기부하거나 탄소상쇄기금을 내며, 취약 계층 여행을 지원하기도 한다. 한마디로 지역인과 지구 환경을 배려하는 여행이라 하겠다.

최근 대전 지역 대학생들이 주축이 되어 만든 공정 여행 동아리 ‘공감만세’ (cafe.naver.com/riceterrace)로부터 북촌 길라잡이를 부탁받고, 두 차례에 걸쳐 북촌을 안내했다. 이들과 함께 한 여정을 보면, 공정 여행이 어려운 것도 불편한 것도 아닌, 즐겁고 의미 있는 여행이란 걸 알 수 있다.

‘북촌문화센터’에서 각 지역 대학생, 대안학교 교사, KOICA 파견 준비생 등을 만나 배꼽마당을 본 후, ‘청원산방’에서 리모델링 한옥의 아름다움과 편리함을 설명 듣고, 자기소개 시간을 가진다. 계동길과 중앙고등학교 둘러보기. ‘아름다운 재단’의 희망가게 1호점인 ‘정든 찌개’에서 식사를 한 후, ‘아름다운 가게’ 안국점을 방문하고, ‘아름다운 커피’에서 공정 무역 커피를 마시며 공정 무역 설명을 듣는다. 마포에 있는 도시형 공동체 대안 공간 ‘민중의 집’에서 토론 후 잠자리에 든다. ‘마포두레생협’에서 산 식재료로 아침 식사를 하고 점심 도시락을 싸서 ‘북촌동양사박물관’ ‘미음 갤러리’ 가회동 31번지 등을 둘러보고, 국내 최초 공정무역 브랜드 ‘그루’를 찾는 일정이다.

북촌의 역사와 보존 문제를 공부하며 공정 여행을 한 21명의 젊은이는 여행 경비로 5만원씩 냈단다. 이 돈으로 숙식비, 강의료, 입장료 등을 지불하고 탄소상쇄기금으로 ‘생명의 나무’에 2만1000원을 기부했단다. 나는 이 기특한 젊은이들이 기획하는 해외여행에도 따라다닐 생각이다.

옥선희 영화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