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라동철] 서울국제도서전

입력 2010-05-09 17:42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베이징 국제도서전, 볼로냐 아동도서전, 카이로 국제도서전, 북엑스포 아메리카, 도쿄 국제도서전 등은 널리 알려진 국제 도서전시회들이다. 세계 각지의 출판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책을 전시·판매하고 저작권 상담을 하고, 책과 관련된 다채로운 행사를 진행하는 국제 도서전은 세계 출판의 흐름을 살필 수 있는 기회다.

2010 서울국제도서전이 12∼16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다. 대한출판문화협회 등이 주관하는 이 행사는 올해로 16회째. 1954년 국내 전시회로 출발했지만 출판산업의 국제 경쟁력 강화, 한국 출판물의 저작권 수출 및 글로벌 마케팅 등을 내걸고 95년부터 국제도서전으로 확대해 매년 열고 있다. 올해는 주빈국인 프랑스를 비롯해 네덜란드 독일 미국 아랍에미리트 이란 일본 중국 등 21개국에서 590여개 출판사와 출판 관련 업체, 단체 등이 참가한다.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출판사·국가별 도서전시 외에 경술국치 6·25전쟁 4·19혁명 등 우리 근현대사의 주요 사건들을 주제로 한 ‘역사와 함께하는 책마당’, 독일 국제 북디자인상 콘테스트 수상작을 전시하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 특별전’, 저자와의 만남, 고전 인문 등을 주제로 강연하는 ‘인문학 카페’ 등이 마련돼 있다. ‘세계 그림책 전시회’와 그림책 애니메이션을 상영하는 ‘시네마라이브러리’ 등 어린이를 위한 행사도 풍성하다. 주빈국 프랑스는 100여 출판사가 1500여종의 도서를 선보인다. 베르나르 베르베르, 마르크 레비 등 인기 작가들이 독자들을 직접 만나고 특별전, 영화 상영, 세미나 등을 통해 프랑스의 역사와 문화를 소개한다.

서울국제도서전은 2008년 주빈국 제도를 도입했고 지난해 11만명이 행사장을 찾는 등 틀을 잡아가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 국내 출판문화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단행본 출판사들의 참여가 저조하다. 민음사 창비 한길사 등 간판 출판사들이 올해도 참가하지 않았다. 출판의 다양한 흐름을 보여주기보다는 어린이 책 위주의 ‘할인 판매장’으로 변질돼 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해마다 전 세계에서 열리는 국제 도서전은 30개가 넘는다. 내실을 갖추지 않는다면 잊혀질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서울국제도서전은 우리나라 출판문화산업의 역량을 국내외에 드러내 보이는 자리다. 국제적인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출판계의 분발과 단합, 정부의 적극적인 관심이 더 필요하다.

라동철 차장 rdch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