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전시] 두터운 화면, 오랫동안 집적된 세월의 흔적 묻어나… 이상효 ‘카오스로부터’

입력 2010-05-09 17:37


그의 그림에는 오랫동안 집적한 세월의 흔적이 묻어있다. 작가는 존재의 진정성을 얻기 위해 삶의 심연으로 들어간다. 화면을 지렛대 삼아 금빛 색채로 자신의 내면을 탐사하는 작업에 심혈을 기울인다. 밋밋한 화면에 표정을 부여하기 위해 밀가루 반죽하듯이 주물러 발라 올린 다음 그 위에 유채로 밑칠을 두텁게 하여 밀도감을 준다. 이 과정은 농부가 땅을 일구는 것과 비슷하다.

혼돈과 불안 속 현대미술의 의미를 질문하는 그의 개인전이 11일부터 24일까지 서울 통의동 진화랑에서 열린다. 1980∼90년대의 ‘카오스(chaos)로부터’ 연작과 2000년대 후반까지의 ‘어느 연금술사의 꿈’, 최근의 ‘카오스에서 카오스로’로 이어지는 작품들을 선보인다. 고구려 고분벽화의 문양이 등장하는 작품에서 형태가 소멸되고 원색의 물감만이 남은 그림으로 나아간 변화가 새롭다. 도회의 소음과 광증, 속도와 허위가 소용돌이치는 세상에서 한 걸음 물러서서 음미할 만한 작품들이다(02-738-7570).

이광형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