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산(靈山)이 기억하는 영해(靈海)
입력 2010-05-07 20:22
[미션라이프] 7일 오후 5시 서울 연지동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 대강당에서 열린 영해 신현균 목사 추모예배 및 민족통일을 위한 기도회. 단상에 앉은 조용기 여의도순복음교회 원로목사는 한참을 말없이 눈을 감은 채 설교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강단에 선 조 목사는 고린도전서 5장 12~19절 본문의 ‘죽은 자의 부활’ 제목의 설교를 했다. 첫마디는 “신 목사님은 한 세기에 나올까 말까 한 하나님의 종이었다”는 것. “신 목사님은 혼자서 한국 교회의 흐름을 바꿔놓았습니다. 그의 설교는 장로교, 감리교, 성결교, 순복음교단도 다 끌어안을 수 있을 만큼 깊이와 높이, 넓이가 있었습니다.”
고인과의 친밀했던 관계도 소개했다. “난 유별나게 그와 친했다”며 “우리는 한 달에 2~3번은 꼭 만났다”고 말했다. 자신의 호가 영산(靈山)이고 신 목사의 호가 영해(靈海)인 점도 들었다.
조 목사는 “한국 교회가 6·25 동란을 거치면서 지치고 좌절하고 가난해져 힘을 다 잃고 말았다”며 “그때 신 목사가 혜성같이 나타나 굉장한 생기와 힘을 한국 교회에 불어넣었다”고 밝혔다. 그는 “신 목사 집에 가면 늘 배를 잡고 웃었다”며 “웃고 찬송하고 기도하면 금방 성령충만해져 다시 힘을 얻곤 했다”고 회고했다.
조 목사는 또 “신 목사는 한국 교회의 예배 방향을 바꿔놓았다”며 “슬프고 우울한 예배를 기쁘고 즐거운 예배로 바꿔놓았다”고 말했다. 성령과 통성 기도가 보편화된 오늘날 한국 교회의 현상은 바로 신현균 목사의 작품이란 게 조 목사의 설명이다. 그는 “진취적이고 생동감 넘치는 한국 교회를 만든 주역이 신 목사”라며 “그는 한국 교회에 보내신 하나님의 보배”라고 강조했다.
조 목사는 신 목사가 한 번 집회를 인도하고 나면 성도들이 다 성령충만해졌던 사실을 언급하며 “신 목사와 친구가 된 다음 나도 성령 충만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유럽 같은 데서 대집회를 할 때면 그는 늘 짧은 영어를 가지고도 겁 없이 집회를 잘 인도했다”며 “나보다 훨씬 영어를 못하지만 담대하게 인도하는 모습에 나도 용기를 얻어 해외 집회를 인도하게 됐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그는 또 신 목사를 ‘한국 교회에 꿈을 심어준 분’이라고 소개하고 “신 목사가 오기 전엔 100만 명 집회는 꿈도 못꿨다”며 “이분은 겁 없이 전국을 다니며 큰 체육관 집회를 인도했다. 믿음 안에서 불가능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 분”이라고 말했다.
“그가 남긴 업적은 우리 모든 사람들의 가슴에 남아 있다”고 말한 조 목사는 “저는 아직도 생활 속에 신 목사가 그림자처럼 내 옆에 있는 것 같다”며 “지금도 어디에서 ‘신 목사, 잘 있어?’ 하면 곧바로 나올 것만 같다”면서 잠시 말을 잊지 못하기도 했다.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김성원 기자 kernel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