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방중 이후] ‘北압박 강화’ 현실론 조금씩 고개

입력 2010-05-07 18:39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4박5일간 중국을 방문하고 돌아갔다. 하지만 경색된 남북관계는 오히려 긴장도가 높아질 전망이다. 현재 남북 간에는 수많은 ‘기뢰’가 깔려 있다. 우선 천안함 침몰 사고다. 아직까지 북한의 소행이라고 확정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정부가 5월 중순 천안함 침몰 원인을 북한의 어뢰공격이라고 발표할 경우, 후폭풍은 엄청날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대통령은 그동안 “단호한 대응”을 수차례 공언해왔고, 군을 중심으로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 “분명한 응징이 이뤄져야 한다”는 발언들이 쏟아져 나온 상태다. 정부는 현재 동·서해 무력 시위, 경협 축소 등 다양한 대북 응징 방안들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북 경협도 악화일로다. 북한은 금강산 관광지구 내 우리 측 자산을 몰수·동결했고, 우리 측 인력도 철수시켰다. 정부도 이에 대한 대응으로 남북 교역 축소와 대북 물자반출 통제 강화 등을 검토하고 있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도 우리 정부의 강력한 입장 표명으로 사실상 스톱됐다. 북한과 중국이 정상회담을 통해 6자회담 필요성을 언급했으나, 한국과 미국은 선(先) 천안함 진상규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올 초만 해도 남북 간에는 훈풍이 돌았다. 오히려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다. 지난해 10월 임태희 노동부 장관과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의 싱가포르 비밀 접촉에서 정상회담 안건을 논의했고, 이명박 대통령은 올 1월 BBC와의 인터뷰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연내에 만날 수 있을 것 같다고 본다”고 발언했다.

하지만 이러한 기류는 천안함 침몰로 급속도로 반전됐다. 문제는 언제까지 이러한 대치 국면을 이어가느냐 하는 점이다. 일단 천안함 문제가 전개되는 상황에 따라 달려 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7일 “천안함 문제가 마무리되지 않는 이상, 다른 논의를 할 여건이 안 된다”며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해법이 먼저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번에는 단호하게 북한을 응징해야 한다’는 강경론이 나오는 와중에 ‘끊임없이 대치 수위를 높여갈 수는 없다’는 현실론도 조금씩 고개를 들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부의 무력 시위와 응징 등은 북한의 또 다른 도발을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 정부 관계자는 “천안함 문제가 한 번에 해결되는 성격이 아닌 만큼, 시간을 두고 관리해 나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남도영 기자 dy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