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방중 양국 득실… 北 화폐개혁 경제난 돌파구 마련
입력 2010-05-07 22:09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방중으로 북한과 중국은 모두 상당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북한은 경제협력 분야 등에 있어 확실한 약속을 얻어냄으로써 화폐개혁 이후 심각한 경제난의 돌파구를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도 북한에 대한 영향력 확대와 함께 6자회담 재개를 위한 발판을 마련하는 등 적잖은 성과를 거뒀다는 해석이다. 하지만 중국은 민감한 시기에 김 위원장을 불러들인 데 대한 부담도 안게 됐다.
◇북한 입장=당장 피폐된 경제난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것이 최고 성과라 할 수 있다. 북한은 7일 김 위원장의 방중 소식을 전하면서도 이례적으로 베이징 방문과 북·중 정상회담 소식은 일절 전하지 않았다. 그만큼 양국간 경제 협력에 비중을 둔 것이다.
대외적으로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중국은 무상지원을 포함한 상당한 수준의 경제지원과 경제협력을 약속한 것으로 관측된다. 김 위원장이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북한 측에서는 중국 기업이 북한에서 투자하는 것을 환영하며, 중국과 북한 간 실질적인 경제협력 수준이 향상되길 희망한다”고 밝힌 건 이를 뒷받침한다.
또 김 위원장이 다롄(大連)과 톈진(天津) 등 항만을 방문, 나선(나진·선봉)시 개발모델을 찾는 한편 대외적으로 개방의지를 보여준 것도 성과라 할 수 있다.
천안함 침몰 사건으로 국제사회에서 궁지에 몰릴 상황에서 여론을 환기시킨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김 위원장이 과거와 달리 중국에서 의외로 공개적인 행보에 나선 것도 이를 겨냥한 측면이 있다. 북·중 친선 관계를 차세대까지 더욱 공고히 하고 국제사회에서 서로 긴밀히 협력하기로 한 것도 큰 수확이다.
◇중국 입장=대북 지원과 경제협력을 통한 대북 영향력 강화가 가장 큰 성과로 분석된다. 또 대북 경협을 통해 동해안의 교두보를 확보하는 동시에 개방 이후 북한에서 확고한 우선권을 갖는 효과도 누릴 수 있다. 중국이 지난해 두만강 유역 개발 프로젝트인 ‘창지투(창춘-지린-두만강) 개방 선도구’ 사업을 국가사업으로 확정하면서 동해로 뻗어나갈 수 있는 나진항 진출에 의욕을 보인 건 이를 뒷받침한다.
또 김 위원장으로부터 사실상 6자회담 복귀 의사를 받아냄으로써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확대한 측면도 있다. 하지만 중국은 천안함 침몰 사건의 배후가 북한일 가능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김 위원장의 방중을 허락해 한국, 미국과의 관계가 불편해지는 등의 부작용 가능성도 없지 않다.
베이징=오종석 특파원 js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