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한명숙 관훈토론회서 첫 맞짱토론
입력 2010-05-07 18:39
오 “천안함 北소행땐 제재” VS 한 “가정 전제 답변은 위험”
서울시장 여야 후보인 한나라당 오세훈 서울시장과 민주당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7일 첫 ‘맞짱토론’을 벌였다.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주최 토론회에서다. 오 시장은 3시간 동안 서울시정 경험을 바탕으로 주어진 질문에 거침없이 대답하며 자신감에 찬 모습이었다. 당내 경선에서 TV토론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들었던 한 전 총리도 시종 차분한 목소리로 오 시장을 조목조목 비판하며 만만치 않은 내공을 보였다.
◇주요 현안 놓고 극명한 입장차=‘천안함 침몰사고가 북한 소행이라면 우리 정부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냐’는 첫 질문에서부터 달랐다. 한 전 총리는 “한 달 반이 돼 가는 데도 명확한 진상조사를 밝히지 못하고 있다”며 정부대응을 비판했다. 이어 “가정을 전제로 답변하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라며 즉답을 피한 뒤 “진상조사가 빨리 이뤄져야 하고, 조사에 의해 적절한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오 시장은 “(정부의) 전반적인 대처에 대해서는 점수를 줄 만하다고 평가한다”며 “북한 소행임이 드러난다면 외교적, 경제적, 군사적 제재 방법이 있을 수 있다”고 답했다. 4대강 사업에 대해 한 전 총리는 “운하사업과 별다른 것이 없다”고 반대했지만, 오 시장은 “좋은 물, 풍부한 수량 확보를 위해 필요한 사업”이라고 찬성했다. 세종시 문제도 오 시장은 수정안, 한 전 총리는 원안 고수로 입장이 갈렸다.
◇오세훈 시정, 한명숙 도덕성 검증=오 후보에게는 지난 4년 서울시정에 대한 혹독한 검증이 진행됐다. “광화문 광장은 전체 5757평 중 503평만이 비어 있는데, 광장이라 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오 시장은 “광화문 광장은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은 체코 프라하의 바츨라프 광장과 내용이나 구성요소가 비슷하다”고 반박했다. 177억원이 들어간 반포대교 분수를 문제 삼자 “서울시의 미래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사업이라는 확신을 갖고 시작했다”고 강변했다.
반면 한 전 총리는 도덕성을 검증받았다. 그는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으로부터 골프채를 선물 받았다는 의혹과 관련, “여성부 장관시절 식사를 하고 돌아가는 길에 곽 전 사장이 들르라고 한 곳에 갔더니 골프숍이었다”며 “그가 골프를 권했지만 거절했더니 당황하는 것 같아 옆에 있던 모자 하나를 들고 나온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곽 전 사장의 골프회원권 공짜 이용 의혹에 대해 “동생 부부와 이용한 뒤 돈을 내려고 하니 30만원이 계산돼 있었는데, 누구인지 몰라 끝내 못 냈다”고 했다.
◇서울시 홍보비 및 무상급식 논란=오 시장은 재임시절 서울시 관광객이 30% 늘었다고 자부했으나, 한 전 총리는 “사실상 환율 때문에 일본인과 중국인이 쇼핑관광을 온 것”이라고 꼬집었다. 오 시장은 서울의 도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방안이 있느냐고 물었고 한 전 총리는 “도시 경쟁력은 자체 활력소가 있어야 하고 서울에 사는 사람들이 행복감과 자긍심을 느껴야 한다”고 응수했다. 한 전 총리는 서울시 홍보비 1600억원에 대해 “재선을 위해 치적을 홍보하느라 돈을 많이 쓸 수밖에 없었던 것 아닌가라는 의혹이 든다”고 했다. 오 시장은 “해외홍보비는 서울에 대한 투자를 진작시키기 위한 투자비이고, 국내홍보비는 일종의 소통비”라고 반박했다.
한 전 총리는 초·중등학교 무상급식 공약을 내세우며 “부모의 가난을 증명해야만 밥을 주는 것은 아이들에게 상처 한 그릇을 안겨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 시장은 “한 전 총리가 총리 때 초등학교 무상급식 관련 예산을 삭감한 적이 있는데, 교육철학이 바뀐 것이냐”고 공격했다.
이 밖에 오 시장은 “(다음 임기) 4년간 다른 생각을 할 여력이 없다”며 “중장기 프로젝트와 민선 5기 비전을 완수하는 최초의 재선시장이 되겠다”고 말했다. 한 전 총리는 “대권도전에는 관심도 없고, 나가지도 않겠다”며 “서울시를 마지막으로 저의 정치 인생을 마감하려 한다”고 밝혔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