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發 쇼크에 국내 금융시장 패닉… 코스피 1600선도 위태 출구전략 논의 뒷걸음

입력 2010-05-07 18:34

그리스 등 남유럽 국가의 재정위기가 국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정부의 낙관은 오래가지 못했다.

외국인들의 투자 심리를 극도로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을 간과했기 때문이다. 외국인들의 주식 투매와 환율 폭등세가 진정되지 않는 한 기준금리 인상 등 출구전략 논의는 한동안 수면 아래로 다시 가라앉게 될 전망이다.

◇코스피지수 1600선 붕괴 위험 고조=증시가 이틀 연속 폭락하면서 코스피지수 1600선조차 붕괴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주범은 외국인들이다. 7일 코스피시장에서 외국인은 역대 최대 규모로 주식을 순매도했다. 신영증권 김세중 투자전략팀장은 “그리스 등 남유럽 국가 채권을 가진 유럽 금융기관들이 서로를 믿지 못하고 유동성 확보에 나서면서 매도세가 강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특히 은행과 증권, 보험 등 금융업종은 전날에 이어 3% 이상 급락했다. 외국인들이 중점 매입한 이들 종목은 금융시장이 위축되면서 제일 먼저 타격을 받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코스피지수가 1600선 아래로도 밀릴 수 있다는 경고음이 나오고 있다. 우리투자증권 박종현 리서치센터장은 “1550선까지 조정받을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고 말했다.

저가 매수를 위한 호기라는 분석도 있다. 하이투자증권 조익재 리서치센터장은 “3분기까지 완만하게 1900선까지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엔 변함이 없다”며 “지수 급락 때 IT 자동차 등 기존 주도주 위주로 매수 기회를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당국 개입으로 환율 폭등세 가까스로 진정=원·달러 환율은 이틀 연속 급등하며 1150원대 중반으로 올라섰다. 환율은 전날 25.80원 뛰어오르는 등 이틀 동안 40원 가까이 상승했다. 그리스 재정위기가 다른 유럽 국가에까지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안전자산인 달러화 가치가 급등했기 때문이다. 장 초반 국내 증시가 3% 이상 급락세로 출발하자 환율은 1169.50원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유로화를 사용하는 16개국 정상들이 7일(현지시간) 브뤼셀에 모여 유로존 재정위기 대응책을 논의한다는 소식과 함께 외환당국의 개입으로 상승폭이 둔화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유럽 재정위기 사태로 시장의 변동성이 커진 것으로 보고, 당분간 대외 변수에 따라 크게 출렁일 것으로 분석했다. 삼성선물 전승지 연구원은 “대외내 여건상 환율은 하락 압력이 큰 상황이었는데 이번엔 충격이 컸다”면서 “1100원대 중반에서 등락을 거듭할 것으로 일단 예상되지만 여파가 어느 정도로 미치느냐에 따라 향후 환율의 변동 폭이 얼마나 클지 예단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채권금리 하락 반전, 기준금리 인상논의 제동=채권금리는 저가 매수세에 힘입어 5일 만에 하락세로 반전했다. 남유럽발 재정위기가 확산되면서 기준금리 인상 논의도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이날 채권시장에서 5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4.37%로 전날보다 0.06% 포인트,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3.69%로 0.10% 포인트 각각 내렸다. 최근 경기회복 신호가 강해지고 저금리 폐해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채권금리는 오름세를 타 이달 들어 0.17% 포인트나 올랐었다.

그러나 남유럽발 재정위기가 확산될 조짐을 보이면서 금리 상승론에도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금융투자협회는 최근 채권을 갖고 있거나 채권을 운용하는 185개 기관의 채권시장 전문가 221명을 상대로 ‘5월 채권시장 지표’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99.4%가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전망했다고 밝혔다.

우리투자증권 박종연 연구위원은 “다음주 열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그렇고 경기 불확실성 때문에 금리 인상론이 약화되고 약세가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황일송 김정현 기자 il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