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내 교역 불균형 등 5가지 모순에 발목잡혀… 한은 “유로존 위기재발 지속 가능성”

입력 2010-05-07 18:33

한국은행은 유럽연합(EU)이 단일 화폐를 쓰는 유럽경제통화동맹(EMU)을 출범하면서 5가지 모순을 해결하지 못해 그리스의 재정위기가 다른 유로존 국가로 확산될 우려가 크다고 7일 분석했다.

한은이 지적한 5가지 모순은 역내 교역 불균형과 자급자족형 경제구조, 제각각 운영되는 재정정책, 비상대책 부재, 재정부실 회원국에 대한 느슨한 규제다.

한은은 이 가운데 역내 불균형을 가장 심각한 문제로 꼽았다. 회원국 간 경제력 차이가 확연한 데도 공동 통화인 유로화를 사용하기 위해 동일한 환율을 적용, 역내 교역 불균형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위기의 진원지인 그리스와 포르투갈, 스페인 등 3개국의 2008년 대독일 상품수지는 400억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이들 3개국이 역내 교역에서 입은 적자는 모두 800억 달러다.

또 실물경제와 금융 부문에서 지나친 자급자족형 구조가 위기의 전염 효과를 증폭시켰다. 남유럽 4개국과 아일랜드 등 이른바 피그스(PIIGS) 국가들은 독일과 프랑스, 네덜란드 등의 금융회사에서 빌린 돈이 전체 차입금의 48%에서 많게는 72%에 달했다.

같은 통화를 쓰면서 재정정책은 국가별로 제각각 운용하도록 한 것도 거시경제의 불안을 가속시켰다. 유럽중앙은행(ECB)이 통화정책을 결정하고 각 회원국 정부가 재정정책을 결정하다 보니 금리와 재정이 엇박자를 냈다는 것. 국내 경기를 부양하려 해도 ECB가 정책금리를 높이면 재정적자가 확대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 밖에도 재정이 부실한 회원국에 대한 규제가 느슨하고 조세 기반이 취약한 국가를 회원국으로 받아들여야 했던 정치적 고려와 비상대책의 부재 등이 문제를 키웠다고 한은은 지적했다.

황일송 기자 il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