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6자 유리한 조건 희망”… 북-중 정상회담서 언급
입력 2010-05-07 22:06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북한은 유관 당사국과 함께 6자회담을 다시 시작하기 위해 유리한 조건을 창조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5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입장은 변함이 없다”면서 이같이 밝혔다고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7일 보도했다.
북·중 양국은 6자회담 당사국이 성의를 보이고, 6자회담 프로세스를 추진하기 위해 적극 노력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김 위원장은 또 경제 협력과 관련해 “새 압록강대교 건설은 양국 우호협력의 새로운 상징”이라면서 “호혜공영의 원칙에 따라 북한은 중국 기업이 북한에 투자하고 양국 간 실무협력 수준을 제고하는 것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6일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와의 별도 회동에서도 양국 간 경제 협력 필요성을 강조했다. 원 총리는 “양국은 함께 노력해 중점경협 프로젝트를 적극 추진하자”며 “변경(국경지역)의 기초시설(인프라) 건설과 새로운 합작을 위해 종합적으로 협력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우방궈(吳邦國)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 등 정치국 상무위원 9명 전원과 각종 행사를 통해 만났다. 또 6일 오전 중관춘(中關村) 생명과학원을 방문할 때는 후 주석이 직접 안내를 맡았다고 통신은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 북·중 국경인 단둥(丹東)의 압록강철교를 지나 귀국했다. 김 위원장은 귀국에 앞서 랴오닝(遼寧)성 선양(瀋陽)에 들러 항미원조열사릉(抗美援朝烈士陵)을 찾아 6·25에 참전한 중국 군인들의 넋을 기렸다고 현지 소식통들은 전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아직까지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핵심 당국자는 “김 위원장의 언급이 새로운 게 없다”면서 “(북한의 입장이) 전혀 진전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북한이 회담 재개 전제조건으로 대북 제재 해제와 평화협정 논의를 내세웠던 기존 입장에서 달라진 게 없다는 것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북한이 지난달 외무성 비망록에서 핵보유국임을 공언한 가운데 다시 비핵화를 언급한 것은 긍정적인 신호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은 북·중 협의를 바탕으로 조만간 관련국 간 교섭을 시도하며 6자회담 재개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이지만 한·미·일 등이 천안함 조사 결과를 먼저 지켜보자는 입장을 갖고 있어 상당한 난항이 예상된다. 관련기사 2·3면
베이징=오종석 특파원, 안의근 기자 js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