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김정일 귀국 보따리는] ‘제1목표’는 투자 유치… 성과 미지수
입력 2010-05-07 18:32
북한 언론매체들은 7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닷새 동안의 중국 방문이 마무리되자 일제히 조(북)·중 친선과 다롄(大連) 톈진(天津) 등 중국 동북진흥 전략에 대한 찬사를 쏟아냈다.
김 위원장은 다롄의 산업시설을 참관한 뒤 “다롄시를 비롯한 동북 지역의 급속한 발전은 중국 당과 정부가 제시한 동북진흥 전략의 정당성과 생활력을 여실히 증명해주고 있다”고 말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은 전했다.
북한이 중국의 동북3성 발전 전략을 극찬한 것은 랴오닝(遼寧)성 연해경제벨트와 신의주특구, 지린(吉林)성의 ‘창지투(창춘∼지린∼투먼) 선도구 개방 사업’과 나선특구 및 동해안 일대를 연결해 북한의 경제 개발을 이끌어내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중국의 대대적인 대북 투자를 유치해 2012년 강성대국 건설의 초석을 깔겠다는 구상으로 이번 방중의 제1 목표가 중국의 투자 유치이자 경제 원조라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다.
반면 북한 언론은 김 위원장의 베이징 방문 소식,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과의 북·중 정상회담 소식은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이정철 숭실대 교수는 “북핵 6자회담과 관련된 부분은 미국의 호응이 뒤따 라야 하기 때문에 미리 발표하기 곤란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다이빙궈(戴秉國)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과 원자바오(溫家寶) 총리의 방북 때도 6자회담 재개 의사를 밝혔지만 번번이 성사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이번 방중을 통해 천안함 사태로 고립된 국제 정세에서 탈피하려는 목적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중국과의 경제 협력만을 크게 부각시킨 것도 천안함 사태로 쏠린 관심을 희석시키기 위한 의도도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은 우회적으로 천안함 사태를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위원은 “후 주석이 김 위원장에게 제안한 ‘내정 및 외교, 국제정세 등의 문제에 대한 전략적 소통 강화’가 천안함 사태와 연관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김 위원장이 6자회담에 복귀하겠다는 속내를 적극적으로 표명하지 않았고, 북한이 정상회담 내용을 공개하지 않은 점이 눈에 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정상회담이 성공적이지 못했기 때문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한 소식통은 “김 위원장이 중국의 경협 제안을 보고 6자회담 복귀 의지의 표현 수위를 조절했을 수 있다”면서 “단순한 비핵화 언급은 중국의 경협 제안에 김 위원장이 불만을 나타낸 것일 수 있다”고 해석했다.
김 위원장은 방중 마지막 일정으로 예상됐던 가극 ‘홍루몽’도 관람하지 않고 귀국했다. 또 김 위원장이 6일 베이징에서 출발할 때 환송 행사가 불과 5분 만에 끝났다는 것도 이례적이다. 2004년에는 당시 황쥐(黃菊) 부총리가, 2006년엔 자칭린(賈慶林) 전국정치협상회의 주석이 귀국길을 배웅했다.
안의근 기자 pr4p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