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효가(勸孝歌) 부르는 고 박용묵 목사의 7남매 “네 부모를 공경하라” 말씀대로 살아가자
입력 2010-05-07 18:17
“소가아파 누우며는 소침쟁이 찾아가나/ 늙은부모 병들어도 예사로이 생각하네/ 열아들을 기른부모 하나같이 길렀건만/ 열형제가 한부모를 어이하여 못섬기나”(‘권효가(勸孝歌)’ 중)
한 목회자가 있었다. 중국 지린(吉林)에서 혹독하게 가난한 시절을 보내고 1946년 목회자가 돼 전국을 누비며 “사랑하는 형제자매여, 주일 설교를 듣고 계명을 외우면서도 왜 하나님과 부모님께 불효한 죄를 회개할 줄 모르십니까!”라며 부르짖었다.“네 아버지와 어머니를 공경하라”(엡 6:2)는 설교는 많은 성도의 마음을 울렸다. 그는 평생 1000회가 넘는 부흥집회에서 부모를 공경하는 것이 하나님의 복을 받는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
서울 대길교회 원로목사이자 한국기독교부흥협의회 초대회장을 지낸 고 박용묵 목사(1918∼1991·사진) 이야기다. 효를 권하는 작자미상의 시조로 알려진 ‘권효가’는 사실은 박 목사가 지은 글이다. 영파(靈波)가 호였던 그에겐 하루도 빠짐없이 가정예배로 훈련시킨 7남매가 있었다.
“아버지 자신이 효자였습니다. 부모님을 생각하며 지은 ‘부모은덕’이나 ‘효성 더욱 주옵소서’와 같은 시조엔 부모님의 공에 보답할 길 없어 애달파하는 아버지의 마음을 엿볼 수 있어요. 당신은 하나님 아버지를 경외하는 데도 승부를 걸었습니다. 아버지는 저녁 9시만 되면 온 가족을 안방으로 불러 모아 가정예배를 드렸어요. 가정예배는 모든 것에 앞서는 우선순위였습니다.”(일곱째, 박상진(52) 장신대 기독교교육과 교수)
“아버지가 지금 눈앞에 살아 계시다면 큰절을 올리고 싶습니다. 당신의 말씀 한마디 한마디가 저에게 피와 살이 되고 있습니다. 아버지의 아들로 태어난 게 너무 감사합니다. 목회자로서 한 길만 가셨던 그분은 저의 목회 모델입니다.”(첫째, 박재천(66) 전 명지고 교목실장)
“7남매가 모두 잘된 것만은 아닙니다. 자식 중에는 병으로 고생하는 사람도 있고 장애도 있어요. 저 같은 경우도 집사람이 뇌수술을 받고 10년째 투병생활을 하고 있어요. 그럼에도 우리가 낙심하지 않는 것은 아버지가 가정예배를 통해 말씀하셨던 십자가 신앙이 있기 때문입니다. 인생의 십자가를 없애는 게 아니라 있음에도 감사함으로 짊어지게 한 그분의 교육이 ‘파워풀’한 거죠.”(둘째 박재형(62) 서울의대 영상의학과 교수)
“요즘 기독교인들도 자녀사랑은 강조하지만 부모 돌봄 정신은 점차 흐려지고 있어요. 부모가 치매와 병에 걸려 치료기간이 길어지면 일단 포기하고 마는 기독교인 자녀들을 보면서 아버지가 말씀하셨던 효를 다시금 생각해봐요. 아버지는 자신이 늙는 게 문제가 아니라 할아버지가 늙어 가시는 것을 너무나 안타깝게 여기셨던 분입니다. 성경에서도 효를 행하는 자에게 장수도 허락하시고 이 땅의 복을 주신다고 말씀하시지 않았습니까. 아버지가 그토록 부르짖었던 효 사상이 다시 확산돼야 한다고 생각해요.”(여섯째, 박상은(52) 샘의료원장)
하나님 사랑·부모 사랑의 정신은 7남매에 딸린 후손 36명에게 전수되고 있다. 성순(60·주부) 재열(57·하나투어 전무이사) 재섭(56·서대문교회 전도사)씨 등 7남매는 정기적으로 한자리에 모여 추모예배를 드리고 있다. 영파선교회라는 이름 아래 매년 인도로 단기선교도 떠난다.
어버이날인 오늘, 7남매는 사랑의 목회자이자 효도의 전도자, 성공적인 신앙교육의 전수자였던 아버지를 기억하며 ‘권효가’를 부른다.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
●‘권효가’ 전문은 미션라이프(missionlife.co.kr)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