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수사관과 결탁 수사정보 유출 의혹
입력 2010-05-07 18:08
검찰의 내사를 받고 있던 사람으로부터 사건 청탁 명목으로 거액을 받고 관련 수사 정보를 유출시킨 검찰 범죄피해자지원센터 운영위원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이 운영위원은 검찰 내사기간 중 해당 검찰청 수사관과 수시로 접촉한 사실이 판결문을 통해 드러났다.
인천지법 부천지원 형사2단독 이원근 판사는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정모씨에게 징역 10개월의 실형과 추징금 1억500만원을 선고했다고 7일 밝혔다. 수도권 소재 A검찰청 범죄피해자지원센터 운영위원인 정씨는 횡령 의혹으로 검찰 내사를 받던 장모씨에게 “검찰 고위직과 수사관들에게 부탁해 구속되지 않도록 해 주겠다”며 1억500여만원을 받은 혐의가 유죄로 인정됐다.
이 판사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이 장씨의 수사와 관련해 검찰 수사과장 B씨와 긴밀히 연락하면서 그로부터 수사 정보를 얻어내고 그 내용을 장씨에게 알려주는 등 수사에 상당히 개입했음을 알 수 있다”고 판단했다. A검찰청 소속 수사 사무관인 B씨는 평소 검찰청 출입이 잦은 정씨와 친분관계를 유지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판사는 검찰이 증거로 제출한 정씨의 탁상용 달력에서 장씨에 대한 내사가 진행 중이던 1개월 동안 정씨와 B씨가 10차례나 만난 사실을 발견했다. 정씨는 B씨와 3차례 점심 식사, 4차례 면담을 했고, B씨는 정씨가 경영하는 한의원을 찾아 2차례 진료를 받았다. 이 달력에는 정씨와 B씨가 늦은 밤 경기도 의정부에 함께 다녀온 사실도 기록돼 있다. B씨는 장씨 내사사건을 무혐의 의견을 냈고 이를 받아들인 검사의 결정에 따라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다.
검찰은 당시 정씨를 신문하면서 청탁이 실제 있었는지 조사했다. 그러나 수사관 B씨에 대한 감찰 또는 의견 청취는 이뤄지지 않았다. A검찰청 관계자는 “정씨가 받은 돈은 경영컨설팅 비용 명목이었다고 주장해 청탁은 없었던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얼마 전 다른 검찰청으로 자리를 옮긴 B씨는 “A검찰청에서 정씨 사건을 수사하면서 나와 관련된 부분은 문제가 없다고 결론이 난 것으로 안다”며 “다이어리에 적혀있다는 내용에 대해서는 기록을 보지 않아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본보가 취재에 들어가자 검찰은 수감 중인 정씨를 다시 불러 검찰 수사관에 대한 청탁이 있었는지를 재조사했다. 그러나 정씨는 “청탁하지 않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정씨가 심경 변화를 일으켜 청탁을 했다고 진술을 바꾸지 않는 한 추가적인 조치를 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