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자신감 대신 치밀한 외교노력을
입력 2010-05-07 17:51
중국 신화통신은 북·중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6자회담 당사국들이 회담 재개에 유리한 조건을 조성하기를 희망했다고 보도했다. 당사국이 성의를 보이고 회담 프로세스를 추진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 16개월 동안 6자회담을 방기한 북한이 갑자기 회담재개의 운을 뗀 것은 예상대로 6자회담을 앞세워 천안함 문제를 덮으려는 의도일 것이다.
그러나 천안함 사건에 대한 책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6자회담은 재개되기 어렵다. 우리 정부는 물론이고 성 김 미국 측 6자회담 수석대표도 “천안함 문제가 명백해질 때까지는 6자회담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확실한 입장을 밝혔다.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도 이런 정세를 잘 알고 있을 터다.
문제는 우리 정부가 천안함 사고가 북한 소행임을 입증할 객관적 물증을 제시하느냐에 달렸다. 우리 정부는 사건 초기 북한의 소행일 수밖에 없다는 합리적 추론을 배제하고 객관적 물증 확보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현재 천안함 조사는 어뢰 파편으로 보이는 물질과 화약성분을 찾아내 천안함 침몰과의 관련성을 입증하려는 단계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한·중 정상회담에서 “조사결과가 나오면 발표 전에 알려 주겠다”고 약속하자 후진타오 주석은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조사”를 강조했다. 겉보기는 협조적인 것 같지만 실제로는 상대를 압박하는 말들이 오갔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김정일 방중에 쏠린 국제적 관심에 대해 “중국 내부 문제이며 주권의 범위에 있다”고 쏘아붙인 데서도 중국의 압박감을 느낄 수 있다.
이 대통령은 어제도 “천안함 사건에 대한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조사결과를 중국 측에 통보하고 협의하면 중국 정부도 납득하고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중 간 갈등은 없다는 자신감이지만 중국은 결코 쉬운 외교상대가 아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북한과 ‘내정, 외교, 국제정세 등의 문제에서 전략적 소통을 강화한다’고 합의했다. 막연한 느낌을 믿기보다는 치밀한 전략으로 상대를 설득해야 한다. 중국이 천안함 문제에 소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도록 외교 노력을 집중해야 하며 미국과의 긴밀한 공조가 필요함은 말할 나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