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글로벌 금융불안, 환율 급변 경계해야
입력 2010-05-07 17:51
그리스 재정위기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또다시 요동치고 있다. 뉴욕 증시를 비롯, 세계 각국의 주가는 며칠째 큰 폭의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고 달러화를 제외한 주요국의 통화는 급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유로존 16개국과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 2일 그리스에 구제금융을 지원하기로 합의했지만 시장에서는 되레 불안감이 증폭된 탓이다. 구제금융의 전제조건으로 제시된 재정긴축 프로그램 관련 법안이 6일 그리스 의회를 통과한 것과 관계가 적지 않다. 경기 하락시에는 재정확대를 꾀하는 게 보통이지만 그리스의 경우는 거꾸로 재정삭감을 결정했고 그 대안도 마련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리스의 재정위기 대처방법에 대한 논란은 앞으로 계속되겠지만 당장 발등의 불은 글로벌 시장의 동향이다. 현재 시장의 불안감은 그리스에 이어 포르투갈 스페인 아일랜드 영국으로 국가 부도위기가 번지는 게 아니냐는 데서 기인한다. 글로벌 금융시장은 가위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모양새다.
한국도 격랑에서 예외가 아니다. 국내에 유입된 유럽계 자금들이 속속 빠져나가고 있다. 지난주까지 전반적으로 오름세였던 코스피지수는 어제 1647.50을 기록, 지난 주말 대비 94.06포인트나 떨어졌다. 어제 서울 외환시장의 원·달러 환율도 1155.4원으로 일주일 새 26.6원 올랐다.
금융당국은 유로존 재정위기의 국내 충격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하지만 낙관은 금물이다. 우리 경제는 대외 변수에 매우 취약한 구조가 아닌가. 당장 유럽 경제권의 불안은 결과적으로 우리 경제 회복의 견인차 노릇을 하고 있는 수출에 적지 않은 차질을 빚을 것이다.
무엇보다 외화 유출입에 따른 환율 급등락이 문제다. 2008년 9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우리 경제가 위기의 진앙인 구미보다 더 심각하게 환율 급등, 와환 유동성 위기를 겪어야 했던 것은 외국자본의 급격한 유출 때문이었다. 사태가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 예의주시하는 한편, 이번 사태의 근원인 재정악화 문제를 반면교사로 새겨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