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수처’ 설치 추진할 때 됐다

입력 2010-05-07 17:51

한나라당 내에서 친이명박계를 중심으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과 정두언 의원에 이어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까지 공수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17대 국회 이래 공수처 설치 반대 당론을 고수해온 한나라당의 중대한 입장 변화다. ‘스폰서 검사’ 사건을 계기로 검찰 권한을 통제, 견제할 수 있는 장치 마련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급한 과제로 본 것이다.

여의도연구소안에 따르면 공수처는 검찰, 국회의원을 비롯한 고위공직자와 대통령 친·인척 범죄에 대한 독립적인 수사권과 기소권을 갖는다. ‘떡값 검사’ 의혹과 스폰서 검사 사건에서 보듯 검찰 스스로 내부를 개혁한다는 건 지난한 일이다. 외부 충격 없이는 자정(自淨)도 기대하기 어렵다. 그래서 공수처를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론도 호의적이다. 여의도연구소의 지난달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64%가 공수처 설치에 찬성했다고 한다.

공수처는 노무현 정부의 역점 정책이었다. 여권은 2004년 11월 ‘공직부패수사처 설치에 관한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과 검찰의 반대로 표류하다 17대 국회 폐회와 함께 자동 폐기됐었다. 그러나 민주당이 지난달 관련법안을 국회에 낸 데 이어 한나라당 내에서도 추진세력이 형성됨으로써 새 국면에 접어들게 됐다.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도 적극 검토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만큼 여야 합의로 18대 국회에서 통과될 가능성도 있다.

독자적인 수사권과 기소권을 가진 공수처가 설치될 경우 검찰의 기소독점주의는 무너진다. 검찰이 조직의 역량을 총동원해 극력 반대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검찰의 조직이기주의로 사회에 물의를 일으킨 수많은 검사의 부정과 비리가 일반인에게 적용된 잣대와는 다르게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고 유야무야 넘어갔다. 검찰의 ‘스폰서 검사’ 조사가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하는 까닭이다. 검찰은 검사를 수사하지 않았다. 그러면 외부에서 수사할 수밖에 없다. 그것이 법의 형평성에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