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내 깡패 같은 애인’ 프리뷰… 삼류 깡패와 88만원 세대의 유쾌한 반동거

입력 2010-05-07 18:12


영화 ‘내 깡패 같은 애인’은 흔한 로맨틱 코미디의 모양새를 하고 있다. 대외적으로 홍보도 그렇게 하고 있고 시놉시스와 예고편 동영상을 봐도 그렇다. 하지만 영화는 로맨틱 코미디로 가려다가 밑바닥 인생의 아픔을 담아내는 드라마로 선회한다. 이 영화는 로맨틱 코미디로만 가기에는 진중한 면이 있다.

사회에서 소외된 비주류의 이야기를 관통하고 있기 때문이다. 깡패인 동철(박중훈 분)은 입은 거칠지만 싸움 실력은 형편없는 어설픈 깡패다. 조직의 보스를 대신해 감옥에 갔다 오면 에이스로 키워주겠단 약속을 믿었지만 결국 배신당한다. 지방대 출신의 세진(정유미)는 수십 군데 이력서를 넣어보지만 번번이 떨어지는 백수다. 간신히 취직한 회사는 3개월 만에 부도가 났다. 88만원 세대의 현실을 보여주는 인물이다.

그런 두 사람이 만나게 되는 공간은 반지하방이다. 반지하방은 두 사람의 사회적인 위치를 보여주는 장치이기도 하다. 자신을 알아주지 않는 사회를 향해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다. 단지 차이가 있다면 세진은 계속 취업에 도전하며 상황을 바꾸려고 노력하는 반면, 동철은 현실을 바꿀 수 있는 어떤 방법도 없다는 점이다.

어울릴 수 없는 두 사람이 어울릴 수 있는 건 소외된 자의 마음을 서로 보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이 서서히 가까워지는 과정은 다른 로맨틱 코미디 영화처럼 유머가 넘친다. 걸쭉한 입담과 거친 태도로 일관하는 동철과 그런 동철에게 기죽지 않고 티격태격하는 세진이 만드는 화학반응은 좋다.

동철을 연기한 박중훈은 발군의 연기를 선보인다. 전반부에 걸쭉한 입담으로 웃음을 주는 지점을 정확히 짚어내는 그는 후반부에서 드라마를 이끌며 영화를 장악한다. 영화의 분위기가 바뀌어도 긴장감을 잃지 않는 건 오롯이 박중훈의 연기 덕분이다. 상대역인 정유미도 박중훈에 눌리지 않고 제 몫을 다해낸다. 정유미는 이번 영화를 통해 자신이 매력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캐릭터를 찾았다. 시사회 현장에서 “그동안 너무 오래 누워있었다”(박중훈), “계속 영화를 찍고 싶다”(정유미)라고 한 그들의 인사말은 얼마나 절박하게 영화에 임했는지를 보여준다.

‘내 깡패 같은 애인’이 도드라지는 점은 제작비가 불과 10억 여원이라는 점. 게다가 각본에 신인감독까지 맡은 김광식의 데뷔작이기도 하다. 3D 영화나 막대한 예산의 블록버스터 영화가 득세하는 요즘에도 탄탄한 이야기만 있으면 적은 돈으로도 훌륭한 영화를 만들 수 있음을 이 영화는 증명하고 있다. 20일 개봉. 15세가.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