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복전도법’으로 성장 일군 주다산교회 권순웅 목사… ‘예수 믿으세요’란 말 대신 전도지에 축복 담아 전했죠
입력 2010-05-07 17:30
“사람이 아름다운 것은 꿈을 버리지 않고 비전을 향해 나아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아름다운 것은 무엇을 얻을까 바라는 거지인생이 아니라 보내심을 받은 자로 사명 줄을 잡고 살기 때문입니다.”
경기도 화성시 반월동 주다산교회 교인들이 매일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한 장짜리 전도지엔 이 같은 축복의 글이 적혀 있다. 권순웅(55) 담임목사의 매주일 저녁예배 설교를 요약한 것이다. ‘예수 믿으세요’란 소책자나 말 대신 축복을 전한다는 의미에서 축복전도법이라고 불린다.
효과가 있을까. “서울에서 목회하면서 이미 임상실험을 거쳤습니다. 시장이나 길거리에서 종이 한 장 나눠주고 축복해주는 게 전부지만 10번 이상 계속 만나다 보면 결국 우리 교회 교인이 되더군요. 예수님도 복음을 전하실 때 축복을 선포하셨습니다. 불신자와의 최고 접촉점은 바로 축복입니다.”
권 목사는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했고, 기업체에서는 마케팅 부서에서 일했다. 축복전도법을 굳이 마케팅 개념으로 보자면 탁월한 일대일 마케팅이라는 게 권 목사의 설명이다.
권 목사는 1992년 5월 서울 방이동 상가건물에 개척했다. 소외된 자들을 대상으로 한 철저한 차별화 전략을 내세웠다. 초창기엔 ‘이러다가 교회 문을 닫겠구나’라는 위기감도 들었지만 뿌려진 전도의 씨는 결국 자라고 열매를 맺었다. 2000년 100명 성도를 넘기더니 이듬해엔 장년만 200명 넘게 출석했다.
그 즈음 이사야서 43장 5절을 통해 확신을 얻은 그는 경기도 화성으로 이사하기로 결정했다. ‘민족과 세계를 구원하는 한국 교회의 모델’이 되려면 좀 더 넓은 터가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그때는 동탄신도시 발표가 나기 전이었다. 교회 이름도 ‘새술’에서 ‘주님이 많이 낳으신다’는 의미의 주다산으로 바꿨다. 2001년 8월 화성시 반월동에서 18가정이 초라한 천막교회로 시작해 이듬해 교회를 건축했고, 지금은 출석 성도만 1500명이 넘는다. 얼마 전엔 종교부지를 분양받아 두 번째 성전도 완공했다.
신도시 중심가에 아름다운 성전까지 건축했지만 정작 권 목사는 “목 좋은 곳에 자리잡고 수평이동으로 성장하는 것은 올바른 방법이 아니다”며 “교회는 불신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한다.
‘건물도 아름답지만 사람이 더 아름답게 세워지는 교회, 혼자도 잘하지만 함께 하는 일이 더 탁월한 교회, 목사도 유명하지만 평신도가 탁월한 사역자로 세워지는 교회, 주다산교회도 부흥하지만 민족과 열방이 부흥하는 일을 더 기뻐하는 교회.’
권 목사의 목회 방침이다. 그는 대학시절 한때 운동권에 투신하기도 했다. 이후 전도를 받고 목회의 길로 들어선 뒤 89년 총신대 신대원 원우회장으로 교단 내에서 ‘새로운 불씨 운동(NSM·New Spark Movement)’을 일으키기도 했다. ‘지하교회의 영성을 공유하는 급진적 제자도’가 NSM이라는 것. 이후 NSM은 선교운동으로 발전해 청소년, 신학교, 선교, 개척운동으로 진행됐다.
스스로를 열정 칼뱅주의자라고 말하는 권 목사는 이 우주를 황량하고 버림받은 불모지가 아니라 하나님이 영광받아야 할 대상으로 보고 열심히 일하는 것을 사명으로 여기고 있다. 그래서 전도뿐 아니라 방과후학교, 문화교실, 각종 구제사역을 활발하게 진행한다.
“주다산교회를 감히 한국교회의 건강한 모델로 내놓고 싶은데, 몇 년 후면 될 것 같지 않으세요?” 쑥스러운 듯 되물었지만 권 목사의 말 속에선 강한 확신이 묻어났다.
화성=김성원 기자 kerneli@kmib.co.kr